[여의도 인사이드]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공천갈등
선거때만 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정당의 공천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되는 올해, 지방선거가 주민자치에 다가가기 위해 정치권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공천 개혁이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두고 여야 내부 공천 갈등이 벌써부터 심상찮다. 한나라당은 친 이명박계와 친 박근혜계가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친박계는 공심위원 15명 가운데 친박계 인사가 3명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며 친박계 의원 한 명을 더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친이계는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는 양대 계파가 공천 개혁 보다는 계파 이기주의를 앞세우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계파 간 갈등으로 인한 공천 실패로 당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던 우를 되풀이하려는 꼴이다.
민주당은 '공천혁신'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양대 기치로 내걸고 일찌감치 공천 준비에 들어갔지만 사정은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천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지방선거 승패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보고, 공천 심사에 진력한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전략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나란히 국민공천배심원단과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여야가 '국민 눈높이 공천' 운운하면서 도입하겠다던 공천배심원제도는 당내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중앙당과 시ㆍ도당, 지역에 따른 개별의원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이다.
여야는 지난 10년 동안 각급 선거 때마다 후보자 결정 방식의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 왔다. 완전한 오픈 프라이머리에 근접한 '국민 경선제', 다양한 비율의 여론조사 반영, 중립적 외부 인사들에게 공천위원회 운영을 맡기는 방안 등이다.
그동안 공천 방식 개선을 통해 성과도 있었지만 폐단도 적지 않았다. 어떤 제도도 '조직적 동원'을 막지 못했고, 공천의 핵심기준이 잇따라 바뀌는 바람에 미래의 정치 지도자를 키워낼 토양만 황폐해졌다. 공천 개혁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유권자 지지를 끌어내는 수단 정도로 여겼던 탓이 컸다.
결국 미흡한 공천혁명은 국민의 손으로 완성할 수밖에 없다.
마땅히 솎아내야 할 인물을 이런저런 정치역학에 얽혀 정치인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정치판에서 몰아낼 수 있는 사람은 국민뿐이다.
민생과 국가 살림, 국익을 살피는 것은 뒷전이고 권력을 이용해 이권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 부도덕한 정치인, 철새 정치인은 국민의 힘으로 더 이상 정치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정당 공천을 받은 출마자에 대해서는 합당한 자격을 갖췄는지, 정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 등으로 출마한 자에 대해서도 진정한 일꾼으로 자격을 갖췄는지 엄밀히 따져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정당은 국민을 무시한 공천을 못할 것이며 무소속 등 출마자들도 출마하고 보자는 의식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의석 수만을 의식해 원칙도 없이 공천 탈락자를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 정당은 철새 정치인 양성소와 다름없음도 고려해야 한다.
6.2 지방선거가 정치 발전의 새 장이 되느냐 여부는 국민의 의지에 달렸다. 국민 모두 자세를 새롭게 하고 신중하게 주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공천혁명은 선거혁명으로 이어질 때 완성된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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