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희망근로 탈락 36만명 중 청·장년층 먼저 선발

2010-03-04 19:05

정부가 마련한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은 한마디로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공공부문 고용종료에 따른 후속대책 성격이 짙다. 상반기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바통을 246개 전 지자체로 잇도록 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인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5월까지 각 지자체가 일자리추경을 편성하고 이를 통해 절감된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총 3만개의 일자리를 신규로 창출하기로 했다.

◇ '지역일자리'는 '포스트 희망근로' = 정부는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최악의 실업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해 재정을 투입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해져 온 경기회복 기운이 고용여건을 호전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막대한 재정투입에 부담을 느껴온 정부가 올해(3월~6월) 희망근로 예산을 5727억원으로 줄였고, 혜택을 받는 인원도 10만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잇따른 글로벌 악재로 경기회복 추세가 주춤하자 기대만큼 민간의 고용회복이 더딜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각종 지자체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지출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원칙아래 각종 재정사업 또는 금융지원책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정부가 올해 최고의 정책목표로 삼은 '일자리 창출'만은 관철시켜야 한다는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하반기(7월~12월) 펼쳐지는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는 희망근로 신청에 탈락(36만명)한 청·장년층(15~64세)을 우선적으로 흡수하고 노년층(65세 이상) 자활·노인 일자리사업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 재정 일자리 사업 문제점 '투성이' = 정부가 올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걸었지만 중앙부처별로 유사·중복 지원되는 재정사업 등 문제점도 적잖이 발견되고 있다.

예컨대 여성의 근로조건과 교육성취도를 높이는 취지로 진행되는 '방과후 프로그램'만도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등 다수부처에서 중복 시행하고 있다는 게 주무부처의 판단이다.

지자체별로 실시되고 있는 풀뽑기·쓰레기 줍기 등 공공근로사업이 타당성 분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단순 취로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유사·중복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통폐합, 공공근로사업은 '취약계층 자활기반사업'으로 전면개편키로 했다.

또 '자립형 지역공동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시·군·구별로 1개씩의 시범사업을 추진케할 계획이다. 농협·새마을금고 등의 자금지원과 상공회의소 컨설팅을 통해 지역 주민 주도의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

특히 지자체 일자리 추진체계를 국가고용전략회의와 연계해 노동부 주관으로 '일자리 조성목표 및 실적 등'을 공시토록 했다.

◇ 일자리 공시제·우수 지자체 파격 인센티브 = 정부는 각 지자체장이 주체가 되는 '일자리 공시제'를 통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고용창출을 독려하기로 했다.

공공 및 민간 부문 고용지원이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500억원의 예산을 확보 우수 지자체 등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실제 울산시 동구는 지역 중소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희망근로-중소기업 만남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희망근로 종료 이후 참여자 50% 이상을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했다.

동작구는 주민센터 취업창구를 개설하고 전담직원과 직업상담사 1명씩을 배치해 지난해만 해도 3624건의 취업상담·알선을 실시, 총 839명을 취업시켰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3년간 3000명의 예비청년창업가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지자체도 이같은 모델을 표준화시킬 계획이다. 전북 완주군도 20인 이상의 지역주민을 상시고용하는 경우 1년간 1인당 월 80만원의 고용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청년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1021개의 창업지원 기업을 선발했고, 총 438개 사업자 등록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통해 약 1727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민간부문에서의 고용지원을 돕기 위해 전(全) 읍면동 주민센터를 취업지원 최일선 창구로 활용케 할 계획이다.

민간부문에서의 고용지원을 돕기 위해 전(全) 읍면동 주민센터를 취업지원 최일선 창구로 활용케 할 계획이다.

◇ 政 "고용 연착륙" vs 지자체 "비용늘어 부담" = 이처럼 정부의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은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양질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게 목표다. 하반기로 갈수록 고용여건의 불투명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갑 노동부 고용정책관은 "이번 대책에 따라 상반기 내에 희망근로프로젝트 종료에 따른 연착륙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용처가 제한된 '지역상생협력기금'을 각 지자체에 재량권이 주어지도록 하라고 행정안전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밖에 뚜렷한 자금지원책이 담겨 있지 않아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꼴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자리 만들기가 최대 과제"라면서도 "다만 열악한 재정 상황에 또다른 주름살이 가지 않을  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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