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드] 저축은행권 "영업 족쇄 풀었다"… 남은 과제는
저축은행법 개정으로 저축은행권의 영업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다른 법안에 밀려 1년 이상 처리가 미뤄졌던 저축은행법 개정에 대해 저축은행권은 영업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 자산운용·취급업무 확대 등 영업 규제 완화
개정 저축은행법에서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자기자본 산정방식의 변경이다. 현행 '자본금+적립금+잉여금'이던 자기자본 산정방식이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따라 '기본자본(Tier1)+보완자본(Tier2)'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보완자본인 후순위채권,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액 만큼 자기자본이 늘어나게 된다. 자기자본은 동일인 여신한도, 유가증권 보유액 등 주요 여신운용 규제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자기자본 증가에 따라 자금 운용의 규모도 늘어난다.
하지만 연결 기준으로 자기자본을 산출하게 된 계열 저축은행을 보유한 대형 저축은행은 지분 구조에 따라 자기자본 증가폭이 달라진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자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수록 자기자본 증가량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은 당분간 연결 방식이 아닌 단독 방식으로 자기자본을 산출하기 때문에 M&A에 소극적이었고 소유 지배구조가 폐쇄적인 곳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증대 효과가 적다"고 말했다.
영업권역 확대도 중요한 부분이다. 서울, 인천·경기 지역은 영업권역 확대의 수혜를 보지 못했지만 이들 지역 다음으로 대형 저축은행들이 몰려 있는 부산권역은 울산·경남 지역까지 영업권역이 확대됐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권 확대로 다른 저축은행보다 보다 나은 영업환경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점이 늘면 수신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지점 중심의 여신 운용도 늘게 돼 다양한 수익원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공시송달 특례가 부활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공시송달 특례는 채무자가 고의로 경매 처분 통지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채권 회수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취급 업무도 대폭 확대됐다. 저축은행에서도 펀드 판매, 공과금·관리비 납부 등도 가능해졌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 증대 효과도 있겠지만 저축은행에서 펀드 가입, 공과금 납부 등을 시작하면 고객들이 저축은행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상호저축은행 대신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세제혜택 등 해묵은 과제, 여전히 '산적'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없지 않다. 우선 저축은행권의 숙원인 세제 혜택이 첫 손 꼽힌다.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수신 금리를 제공하면서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 기반 확충을 위해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정기국회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심의 과정에서 세원 부족을 이유로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또 거액 여신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5배에서 10배로 확대하는 안도 결국 개정법에 반영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말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들어갔지만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권은 취급 업무도 더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환업무도 환전만 가능할 뿐 외화예금이나 외화대출은 불가능하고 체크카드, 수표 발행 등의 업무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야만 하는 등 취급업무 제한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방은행 수준으로 성장한 대형 저축은행과 소형 저축은행이 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당국이 추진 중인 관리 감독 이원화가 이뤄지면 대형 저축은행의 취급 업무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