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위례신도시, 맹모삼천지교 해법될까
"강북에서 용났다. 서울 S대학교 00명 합격"
대학교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는 2월, 강북지역을 걷다보면 버스 좌우에 매달린 입시학원의 대형 현수막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8학군 특별시로 불리는 강남지역도 아닌 강북지역에서 대한민국 수재들만 모인다는 S대학교를 합격시킨 학원이라니…'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솔깃할 듯 싶다. 하지만 요즘은 이 현수막에 솔깃한 사람은 학부모뿐이 아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 모친이 맹자의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3번 이사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이 고사성어는 오늘날 부동산투자의 최고 공식이 됐다. 좋은 학교 옆, 좋은 학원 옆은 바로 집값이 오른다는, 거짓말 같은 사실 때문이다.
강남 8학군의 뜨거운 교육열이 집값을 올리면서 시작된 이 공식은 유명 대학 입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고등학교나 대형학원 주변이면 어디나 집값이 오른다는 부동산 투자의 상식처럼 쓰인다.
대형학원 광고 현수막이 학부모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까지 솔깃하게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과 맞물린 부동산 급등현상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최고의 고민거리로 부각됐다. 정부는 2007년 하나의 대안으로 학군조정안을 발표했지만 맹모삼천지교 대상지역만 확대했을 뿐이다.
강남뿐 아니라 양천구 목동, 성북구 광장동, 영등포 여의도동, 경기도 분당 등의 집값 급등도 맹모삼천지교 공식이 적용된 사례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강남이다. 급등하는 집값, 혼잡스런 교통 등 강남이 안고 있는 문제는 서울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 출신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이 41%라는 현실이 그대로 말해준다. 결국 맹모삼천지교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서울지역 지구가 또 한번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는 강남을 대체할 지역으로 꼽힌다.
하나의 강남권으로 묶일 수 있는데다 분양가가 현재 강남지역 아파트 시세의 50~65% 수준이기 때문이다. 강남입성을 꿈꾸는 학부모, 투자자라면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 강남지역 물량이 반드시 8학군으로 시작된 맹모삼천지교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가 강남을 대체해 강남지역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강남3구로 향한 높은 교육열과 이에 따른 집값 상승이 위례와 보금자리로 확대돼 강남 맹모삼천지교의 연담화현상만 키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적절한 교육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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