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불길 美·서유럽 확대조짐
남부 유럽발 재정위기의 불길이 미국과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으로 옮아붙을 조짐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등 남부 유럽국가들이 국가부도위험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0.50%나 됐다. 앞서 2008년에는 4.70%였다.
특히 올해에는 이 비율이 10.6%로 늘어나면서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일본도 6.20%에서 9.30%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국채는 1조6000억 달러(약 1873조원)에 달하고, 일부 선진국의 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의 총액은 GDP 총액을 이미 뛰었다.
국가 경제의 안정성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지는 신용파산스와프(CDS) 동향도 선진국 경제에 대한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말 37.60이었던 미국의 CDS프리미엄은 지난 4일 57.42까지 올라섰고 일본도 같은 기간에 68.10에서 83.57로 상승했다. 유럽 주요 국가 가운데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영국은 82.50에서 101.32로 상승했으며, 지난달 초에는 한국의 CDS프리미엄보다 영국의 수치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CDS프리미엄이 높으면 해당 국가의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불안함을 의미한다.
이같은 점이 반영돼 전날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는 하루 전보다 0.98% 낮은 1,095.48로 밀려났고, 같은날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지수가 49.30포인트(3.05%)나 떨어졌다.
그리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 재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를 뒤흔든 탓이었다.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유동성, 즉 주식을 살 자금원이 마를 수 있다는 우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 증시로 구성된 MSCI 월드지수를 올 들어 6.24%, 코스피지수를 6.87% 끌어내린 데는 중국의 긴축정책이나 미국의 은행업계에 대한 규제가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지만 최근 재정위기도 유동성 문제에 대한 또다른 악재로 불거진 것.
유럽 국가들의 부실 우려가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렸으며, 이같은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의 회복이 아닌 외적 요인으로 나타났다는 점 때문에 낮은 금리로 달러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의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 수위에 오른 선진국의 재정 부담이 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지출에 나섰으며, 금융시장을 되살리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대규모 부채라는 또 다른 짐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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