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기자수첩) 한국 해운 60년…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2010-01-18 15:49

1949년 12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책회사인 대한해운공사가 설립된 날이다. 설립당시 대한해운공사의 선복량은 총 4만8031DWT(재화중량t수)에 불과했다.

강산이 여섯 번 바뀌는 세월이 흘렀다. 현재 한국 선복량은 4662만3226DWT으로, 일본·그리스·독일·중국·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6위의 해운강국으로 올라섰다.

국적선사들은 그 동안 1980년대 암흑기, IMF사태 등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역시 세계적인 벌크선사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계는 2008년 하반기부터 또다른 도전에 직면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인해 세계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운임이 급락, 국적선사들은 대규모의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한진해운·현대상선·STX팬오션·대한해운 등 국내 해운 빅4의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적자는 총 1조85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1조8592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 물동량이 회복돼야 한다. 특히 미국의 물동량 회복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정부, 금융기관, 대형화주, 조선사들의 협조도 절실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보다 절실한 것은 해운업계의 냉철한 현실인식과 반성이다. 한국 해운업은 지난 1980년대의 장기적인 불황을 통과하면서 수많은 국적선사들이 통폐합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국선사들은 미국발 악재에 너무도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자체적인 위기 대응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고, 시황 예측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적선사들은 자산매각에 나서면서 경쟁력 약화를 자초하고 있다. 10년 전에도 한국 해운업계는 당시 부채비율 200% 축소 방침에 맞추고자 선박을 대량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2003년 해운 호황 시 선박 부족에 시달리던 국적선사들은 높은 가격에 선박을 발주하는 악순환에 시달렸다. 이웃 나라는 일본은 지난해 위기를 기회로 삼고 그리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해운강국으로 올라섰다.

그래서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의 신년사는 눈여겨 볼만하다. 그는 "불황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실적부진과 연결이 된 것이 아닌지 내부, 즉 나 자신도 한 번 돌아봐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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