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화장시설 '세종시 장례문화센터'를 가다

2010-01-18 17:50

지난 15일,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충청남도 연기군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마치 혹한의 날씨에 화답이라도 하듯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세종시는 더욱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세종시에 들어서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에 새로운 도시의 건설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다양한 집단들의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보여 최근 이곳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주변 곳곳의 건설현장을 거쳐 꾸불꾸불한 길을 한참 헤맨끝에 도착한 목적지인 세종시 은하수공원 내 장례문화센터는 이곳 도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정적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언뜻 보면 박물관이나 문화센터가 연상될 정도로 고급스럽고 정갈한 분위기에 주변 곳곳에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식물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어 이곳이 '죽음'을 다루는 화장시설이 맞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위치한 장례문화센터 전경.

◆ 고(故)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 "국토의 효율성 측면에서 묘지문제 접근해야"

SK그룹이 500억원을 들여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문화센터를 세우게 된 것은 지난 1998년 타계한 고(故)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이 남긴 유지 때문이다.

최 전 회장이 우리나라 장례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알게 된 시점은 지난 1980년 유공을 인수할 당시 전국에 있는 사업장을 일일 생활권으로 돌아보기 위해 구입한 헬기안에서다.

최 전 회장이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본 전국의 산하는 묘지로 넘쳐났고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처럼 최 전 회장은 생전에 국토의 효율성 측면에서 묘지문제에 대해 다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침 최 전 회장의 화장 소식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최종현 회장 사후 한달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된다.

그러나 SK그룹은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문화센터를 준공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당초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을 지으려 했으나 '혐오시설'이라는 이유 때문에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결국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제대로 추진도 못해보고 '화장장을 사업으로 하려고 한다'는 비난만 받게 된 것이다.

이후, 2007년 말 세종시에 현재 터를 확보, 2년여의 공사 끝에 국내 최고 수준의 화장시설을 완공했다.

   
 
사진: 납골 봉안당 입구. 여기에 총 2만1442기를 수용할 수 있다.

◆ 최신식 시설 갖춘 장례문화센터…장례 문화 인식 개선에 기여

총면적 36만㎡의 장례문화센터는 화장로 10기와 유족대기실 10개소를 갖춘 화장장, 2만1442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 봉안당, 접객실과 빈소 각 10개소, 영결식장 2개소를 갖춘 장례식장, 홍보관 등과 함께 각종 부대 편의시설을 갖췄다.
 

센터 내 홍보관은 우리나라 장묘문화 변천사와 세계 선진국의 장례 문화, 화장의 역사와 장점, 다양한 자연장 사례 등을 소개하는 전시물로  꾸며져, 청소년 대상의 '종합 장례문화 교육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이 곳에는 방문객들이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 '모바일 유언장'을 작성해 멀티스크린에 공개하는 체험을 통해,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한 부스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센터를 둘러싼 은하수공원은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등 자연장 부지와 일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시설을 함께 갖춰 '죽은 자와 산 자'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고품격 종합장례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올해 전국 평균 화장율이 선진국 수준인 70%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번 장례문화센터 건립이 '화장율 70% 돌파'에 일조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장례식장 인근에 설치된 건축물 전경.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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