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가라

2010-01-10 17:36

건물이 에너지를 생산한다?

3대 에너지 소비 분야로 꼽히는 건물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여기에 더해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역시 건물 부문은 전체 에너지 사용의 20%를 차지, 산업, 운송과 더불어 에너지 소비가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더 나아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얘기는 꿈의 얘기가 아니다.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물론 현재에는 에너지 생산 건물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에너지 소비량을 90% 이상 줄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건물분야의 에너지 절감 대표적인 움직임은 역시 패시브하우스이다.

패시브하우스란 난방을 위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 열을 발생시키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건물을 말한다.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별도의 난방 없이 실내온도가 2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건물이다. 또한 무더운 여름에도 실내온도가 26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즉, 건물의 실내온도가 외부 날씨와는 상관없이 20~26도를 유지해 인간의 주거가 가능한 건물인 셈이다.

패시브하우스 기술의 핵심은 역시 외부로 나가는 열을 철저하게 막는 것이다.

건물 벽을 단열재로 두텁게 하고, 창문을 통해 새어나가는 열을 차단해야 한다. 단열재는 여름에는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 구실을 하고, 아울러 소음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외국에서는 패시브하우스가 이미 보급단계에 들어섰다.

독일은 40%를 차지하는 건물부문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미 1991년부터 패시브하우스의 보급 확대 정책을 시행해왔다.

효율적 난방 시스템과 단열재 등의 에너지 절감 부문에 금융지원을 해줄 뿐 아니라 환경마크 인증 시행 등 저에너지 친환경 주택 건설을 확대를 유도해왔다.

세액공제 등을 통해 주택의 개·보수도 유도해왔다.

지난 2007년부터는 프랑크프루트가 신축 주거용 시설은 패시브하우스로 건축하도록 법제화했다. 

독일은 이와 함께 2009년 1월부터 재생열법을 시행했다.

이는 새로 건물을 짓는 경우에는 패시브하우스와 같이 완벽한 단열로 단위 면적당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거나, 난방과 온수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5%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토록 하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가 개발에서 보급단계에 접어들면서 초기 투자비용도 크게 줄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에는 일반 주택 대비 10% 미만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만으로도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은 2016년까지 전국의 모든 신규 주택을 에너지 제로(0)로 건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지난 2007년 주택을 매매, 임대할 때 제공하는 주택정보에 에너지성능 등급서를 포함시켰고, 2008년부터는 신축건물을 6단계로 나눠 주택성능등급을 매기도록 했다.

지난해 4월 유럽 의회는 개정된 건물에너지절약지침을 발표해 2019년부터 EU 내에서 지어지는 모든 신축 건물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보다 생산하는 것이 많도록 규정했다.

모든 신축 건물이 제로 에너지 또는 이를 넘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변모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기존 건물이 대규모 수리를 수행할 때에는 국가에서 정한 에너지 효율 표준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위해 2011년 중반까지 모든 EU 회원국들은 기존 건물을 에너지 소비가 없는 빌딩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별 목표를 제시토록 했다.

이는 재정적 지원 대책을 수립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건물의 에너지 사용이 결코 낮지 않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건물 부문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 산업이 대규모 에너지 사용을 필요로 하는 굴뚝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은 일본에 비해 2.6배, 독일의 저에너지 건물에 비해 최소 5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월 '녹색도시·건축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건축물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31% 감축하기 위해 신규 건축물의 에너지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건축물 사용자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한편 녹색건축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도은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의 경우에서도 신축건물에 대한 규제를 통해 건물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전체 건물에서 신축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만큼 결국 기존 건물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건물은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자제품의 효율을 높여야 하며, 냉난방이나 온수를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도 절감해야 한다"며 "그리고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건축업자뿐만 아니라 실제 에너지 절약에 필요한 기술에 돈을 투자할 지를 판단하는 건물주, 실제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협력해야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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