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난해 파산신청 건수 32%↑…역대 7번째 규모
지난해 미국 가계 및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가 2008년보다 32% 급증, 역대 7번째 규모를 기록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이 미국 전역 90개 파산법원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가계와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는 143만건에 달했다. 2008년에 비해 32% 늘어난 수치다. 12월에만 전년 같은달보다 22% 많은 11만6000건이 신청됐다.
눈에 띄는 건 지역별 편차다. 애리조나주에서는 파산신청 건수가 1년 새 무려 77% 폭증했다. 와이오밍주(60%)와 네바다주(59%), 캘리포니아주(58%)도 지난해 파산신청 건수가 현저하게 늘었다. 반면 알래스카ㆍ네브라스카주와 노스다코타주는 각각 12%,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파산전문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에밀 하먼은 "파산신청이 쇄도해 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민사나 이혼사건을 주로 다루던 변호사들도 파산으로 전공을 바꾸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먼은 "파산신청이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18개월 전 변동모기지 금리가 출렁이면서 추락한 주택가격과 실직사태가 불러온 파산신청 행렬에 이제는 부유한 개인과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재정상태가 매우 견실했던 이들은 자신이 파산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2005년 파산법 개정으로 파산 절차가 까다로워지기 직전만큼이나 최근 파산신청 건수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5년 200만건에 달했던 파산신청 건수는 법 개정 후인 이듬해 60만건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파산신청 건수는 1999년과 2001~2005년에 이어 사상 7번째 규모를 기록하는 등 지난 3년간 파산신청 건수는 줄곧 늘어나고 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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