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금융프리즘) 금융권 밥그릇 싸움 '점입가경'
연말 금융권의 밥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한은법 개정안에서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맞붙었다. 농협보험 설립과 관련해서는 보험업계와 농협이 서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원 설립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얼굴을 붉히고 있는 형국이다.
각각의 이해관계와 배경은 다르지만 정책적인 면에서나 사안의 중요성을 놓고 본다면 한은법 개정안이 단연 주요 이슈다.
한은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된 지난 7일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6개 협회는 즉각 이를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 역시 같은 날 브리핑을 열어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일일이 짚어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은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과 금융위 간 갈등을 넘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기재위가 선수를 치자 정무위원회가 발끈했다.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법사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한은이 단독검사권을 갖는 것은 금융감독조직 및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기관별 업무를 정하도록 한 현 법체계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정무위 입장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해 금융권에 독점적으로 행사하던 권한이 재정위의 참여로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 정치자금 기부 역시 나눠먹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금융권에 대한 이른바 낙하산 인사에도 한은이 간섭할 수 있게 된다. 금융 안정을 위해 검사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한은의 명분 뒤에, 퇴직 후 '안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은법 개정안은 단순히 금융기관 조사권 부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금융감독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사안인 셈이다.
사안이 민감해서일까. 법사위는 결국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포기했다.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14일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상임위간 의견차로 서로 조율할 수 있는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여론과 위원들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처리하겠다는 것이지만 시일을 못박을 수 없다며 사실상 연내 처리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승자 없는 싸움에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은 물론 국회 상임위까지 출동해 세력 다툼을 벌인 꼴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는 잔소리다.
하긴 일반 서민에게 한은법 개정안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서민들은 한국은행은 고사하고 필요할 때 당당히 대출받을 수 있는 일반은행 대출창구가 더욱 절실할텐데 말이다.
높으신 양반들은 중앙은행의 검사권 부여 문제로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서민들은 갈수록 벌어지는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차에 혈압만 높아지고 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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