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항공·항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2009-12-10 18:32

동아시아 항공시장·항만간 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2020년 동아시아가 항공운송 및 항만물류의 세계최대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에서다.

10일 한국선진화포럼이 주최한 항공운송과 항만물류 서비스 관련 국제회의가 종합토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회의에선 우리나라가 경쟁국 대비 비교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갖춰야 할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략적 제언이 쏟아졌다.

▲동남권 신공항 저가 항공사 위주로 지어야

항공운송 시장의 경우 내년 상반기 입지가 결정되는 동남권 신공항을 저비용(LCC) 항공사 위주로 건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즉 인천공항은 대형 항공사 위주의 허브 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은 LCC에 특화된 국제공항으로 제2의 허브공항으로 하자는 것이다.

전날 회의에서 엄태훈(세계항공학회장)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좌교수와 마틴 드레스너 미국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동남권 신공항을 LCC 위주의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국제공항을 조기에 건설해서 동아시아의 거대한 잠재적 저비용 항공여객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토론자들은 이 전략이 중국의 공항 부족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우리나라 항공운송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윈윈(Win-Win)전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규제완화와 항공자유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LCC의 허브가 될 신공항 건설은 한·중·일 항공자유화협정(오픈 스카이)의 체결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이 오픈 스카이가 되면 값싸고 여행하기 편한 LCC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협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중 가장 발전된 형태의 항공자유화가 오픈 스카이로 운항 도시나 횟수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운항하는 권한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의 LCC가 점유하고 있는 항공여객시장 점유율이 4%에 불과한 데 반해 북미지역, EU가 각각 3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해서다.

▲동북아 물류허브로서의 ‘부산·광양항 콤플렉스’ 조성해야

우리나라 항만물류서비스의 경쟁적 우위를 확보 전략을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특히 챈드라 랄와니 영국 헐 대학 교수는 전날 회의에서 동북아 물류허브로서의 ‘부산·광양항 콤플렉스’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 항만물류산업이 직면한 당면과제는 항만시설의 양적 팽창이 아니라 경쟁력 우위 확보방안”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항만중심 물류를 위한 배송센터, 복합운송, 조립·가공, 자유무역지역 확대 등의 부가가치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기획관리 본부장은 "부산·광양항을 통합해도 이점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배후 철도와 도로 등을 건설해야 하는데 내부 경제적 타당성 조사 결과 오히려 손실이 예측됐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항만 통합 관련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통괄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중앙정부와 항만이용자, 지방자치단체가 결정권의 3분의 1씩 갖고 있다"며 "국가적 영향력이 큰 만큼 쉽게 통과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또 국토해양부 내에 모든 항만과 터미널을 하나의 단위로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할 것을 건의했다. 공항과 항만이 종합운영시스템으로 조정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만배후단지를 조기 조성해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항만배후물류단지의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확대하고 임대료를 저렴하게 받는 정책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세계물류시장의 규모는 2005년 말 현재 6조 달러다. 지난해 8조 달러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총 국내총생산(GDP)인 7876억 달러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우리나라의 국제물류 산업은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앞으로 선진화돼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일본통운(Nippon Express)은 도요타, 소니 등 일본 대기업이 외국시장에 진출할 초기부터 해외 현지에 동반 진출해 일본 기업의 해외시장개척을 도왔다. 물류비용도 절감시키고 물류기업으로서의 경험을 쌓아 현재는 전 세계 38개국 187개 도시에 지점을 개설한 일본기업 전문의 세계적 종합물류기업이 됐다. 이로써 일본정부에 국제종합물류정보망을 갖추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우리나라 제조업 지원, 서비스 산업의 발전, 또한 신성장동력의 발굴차원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글로벌물류기업의 탄생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이 육성되면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 물류비를 일본 수준으로 절감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됨에 따른 것이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