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SKT 손잡다..금융업 진화 예고

2009-12-09 17:46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손을 잡으면서 통신업과 결합한 금융업의 새로운 진화가 예고되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번에 SK텔레콤과 제휴를 성사시킴으로써 최선두에서 통신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지분 매각으로 내년 다른 금융기관 인수.합병(M&A)에 사용할 실탄도 확보했다.

2000년 이후 카드업 진출을 추진해오던 SK텔레콤도 하나카드 투자를 통해 금융과 통신을 아우르는 새로운 사업 추진과 카드사 경영 참여의 계기를 마련했다.

금융권은 이번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제휴로 통신과 금융이 융합된 다양한 상품과 수익모델이 나올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이번 하나금융과 SK텔레콤 간 협상은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7개월 이상 지속됐다.

SK텔레콤은 경영권 확보가 아닌 2대주주인데다 현 하나카드의 규모로 봐서 더 많은 자금을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면서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하나금융은 결국 매각대금이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시간을 더 끄는 것보다 협상을 하루빨리 매듭짓는 쪽을 택했다.

대신 하나금융은 금융과 통신 간 결합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먼저 진출하는 한편 내년에 본격화할 M&A를 위한 실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진행해오던 하나카드 지분 49%에 대한 매각 협상이 거의 타결됐다"며 "매각 가격은 4천억 원대"라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달 기자들과의 세미나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 금융과 통신, 유통 간 융합 움직임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통신쪽에서는 SK텔레콤과 손을 잡는 게 맞고 유통 분야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또 하나카드 지분 매각 자금을 M&A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보다 6조 원대 매물인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 과정에서도 유동성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SK그룹을 끌어들이거나 지분 맞교환 등의 방식을 활용하면 하나금융이 덩치가 더 큰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작업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김 회장은 타은행 M&A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며 "자금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마련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하나카드와 SK텔레콤의 제휴로 모바일카드의 보급이 확대되는 등 카드업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카드는 SK텔레콤이 보유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현재 550만 명인 회원 수는 급격히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SK텔레콤의 회원 수는 2천383만 명이며 OK캐시백 회원 데이터베이스(DB)도 3천만 명에 달한다.

두 회사의 합작으로 모바일카드 보급이 늘어나게 되면 플라스틱 신용카드 없이 휴대전화 하나로 결제가 가능해진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하다가 바로 쇼핑을 할 수 있고, 휴대전화 GPS 위치정보를 통한 '가맹점 자동안내' 서비스도 가능하다.

주변 가맹점을 추천해 휴대전화 화면에 띄워 주거나 할인 혜택이 있는 커피전문점, 음식점 등의 지도와 함께 할인 쿠폰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줄 수도 있다.

이강태 하나카드 사장은 지난달 회사 출범 당시 "지금까지 플라스틱 카드는 카드 한 장에 한정된 서비스만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 외 서비스를 받으려면 다른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 등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며 "카드가 통신기술이나 유통망과 결합하면 언제 어디서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하나의 카드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5년 내에 국내 3대 신용카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4년까지 회원 수 1천만 명, 시장점유율 12%에 달하는 대형 카드사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제휴를 계기로 카드업에서 대기업들의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과 롯데, 현대차 등의 그룹들이 카드업에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롯데는 카드와 유통, 삼성과 현대차는 카드와 자동차 할부판매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 현대카드는 자동차 할부판매를 활용해 업계 2위를 넘보고 있다.

이처럼 산업자본의 카드업 진출이 활발한 것은 신용카드업은 은행 등 다른권역에 비해 훨씬 수월하고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로 돈이 되는 사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번에는 50% 미만의 지분 확보에 그쳤으나 이번 투자를 계기로 카드사 지분 추가 인수나 경영권 확보 등의 실질적인 카드사업 진출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하나카드 지분 투자 협상 과정에서도 경영권 확보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KT가 비씨카드 인수 등 카드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최근 카드업 내 대기업 진출이 이어지고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때 신용카드업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던 LG그룹은 과도한 확장경영을 펼치다 카드사태를 초래, 카드사를 신한금융지주에 넘긴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태를 겪은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카드업이 살아나고 있다"며 "산업계처럼 과도한 경쟁과 무리한 확장 경영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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