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저가 항공사 위주로"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저가 항공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내년 상반기 입지가 결정되는 동남권 신공항을 저가 항공사 위주로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선진화포럼이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한국의 새로운 성장엔진 : 항공운송과 항만물류서비스’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마틴 드레스너 미국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2028년 중국을 축으로 세계 항공 시장을 선도할 아시아는 저가 항공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Boeing)의 예측에 따르면 2028년 아시아태평양의 항공 시장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동아시아 항공운송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의 경우를 예로 설명했다. 그는 “1990년만 해도 극히 드물었던 저가 항공사가 현재 유럽시장의 50%를 점유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운영에 있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며 “인력의 근무시간이 유연한데다 항공 순환시간이 짧고 노조원 가입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마틴 교수는 “경쟁적인 운항요금에도 초점을 맞춰야겠지만 항로 자유권과 가격정책 자유권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항공자유화협정(오픈 스카이)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항공협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중 가장 발전된 형태의 항공 자유화가 오픈 스카이로 운항 도시나 횟수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운항하는 권한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안민 짱 브리티시 콜럼비아대 교수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세계항공학회의 부회장을 겸임하는 그는 "10년 후 소득수준과 구매력의 급속한 증가로 아·태지역의 항공운송시장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동아시아 항공자유화가 필연적으로 이뤄져 동아시아의 저가 항공여행 수요가 대폭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은 급속한 항공여객 수요로 대도시 공항이 심각한 포화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국의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국제공항 조기 건설은 동아시아의 저가항공 여객시장 선점과 함께 중국의 공항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의 항공운송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이어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저가항공사를 유치하면 국적 대형 항공사들이 고전하게 된다"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중부권보다 동남 경제권에 새로운 동북아 저가항공사 허브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나라 항만물류서비스의 경쟁적 우위를 확보 전략을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케빈 쿠리난 홍콩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항만경쟁의 다음 국면은 항만확충이 아니라 가치창출에 있다"며 "항만위주의 물류전략으로서 항만, 배후단지, 산업단지, 내륙물류단지, 배후도시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복합 물류·비즈니스 밸리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정부는 항만중심 물류활동을 위해 부산항과 광양항에 대한 공동접근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철도와 피더 서비스를 통해 부상항만과 광양항만의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챈드라 랄와니 영국 헐 대학 교수는 "동북아지역의 과잉항만시설 상황에서 한국 항만간 치열한 물량확보경쟁과 하역 요율 덤핑(Dumping)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통합적인 항만 관리체계를 확립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항만과 터미널을 하나의 단위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정부 내에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항만과 터미널의 생산성과 효율성 등의 정기적인 모니터링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동북아지역의 과잉 항만시설 건설 기류가 당분간 지속되고 항만간의 과당경쟁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로 인한 손실을 세계물류시장에서 지분참여 등을 통해 상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