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온실가스 직접 규제"…산업계 '긴장'·'반발'

2009-12-08 17:15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온실가스가 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경고하며 규제 방침을 시사하자 온실가스 배출원인 기업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리사 잭슨(사진) EPA 청장은 7일(현지시간) "온실가스는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된다"며 "미 정부가 이를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는 이산화탄소 외에 메탄 등 5가지 가스를 인체에 유해한 온실가스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EPA는 의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과 무관하게 온실가스 규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내년 초부터 연간 25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형 산업시설을 직접 규제할 수 있다. 온실가스 대량 배출 시설은 내년부터 배출량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기업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잭 제러드 미국석유협회(API) 대표는 "EPA가 청정대기법을 근거로 온실가스를 규제하면 모든 미국 가정과 기업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청정대기법은 과거의 대기오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자동차와 가정, 공장 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도 "하향식 명령ㆍ통제는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인재(人災)인지 따져보자"고 반격했다.

최우선 규제 대상은 자동차업체들이다. EPA가 온실가스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조사에 나선 건 2007년.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은 EPA가 청정대기법에 따라 온실가스 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조사토록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시사한 EPA는 지난 9월 자동차 배기가스를 규제하겠다는 지침을 내놨다. 미 행정부는 연초에 2016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갤런당 35.5마일(ℓ당 15.1㎞)로 높이기로 한 바 있다.

기업들이 발끈하는 것은 자동차업계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PA는 온실가스 대량 배출원에 대해서만 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형 쇼핑몰과 교회, 공립학교, 오피스 빌딩, 농장 등이 두루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EPA 대기 부문 사무관을 지낸 제프 홈스테드는 이날 포브스를 통해 "가장 큰 문제는 승인과 서류작업이 복잡해져 기업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데 있다"며 "EPA의 규제는 환경에 이득을 주지 못한 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PA가 내년 3월 자동차업계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 지침을 마련하면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환경단체는 EPA의 방침이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참석 예정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미야생동물연맹의 조 멘델슨은 EPA의 이번 방침은 "코펜하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해줄 것"이라면서 미 의회가 기후변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아도 오바마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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