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업계, '팝업매장'이 뜬다

2009-12-06 14:25

가판대와 유사한 '게릴라매장'이 콧대 높기로 유명한 글로벌 명품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7일자 최신호에서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단기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쇼핑공간인 '팝업(pop-up)매장'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비통은 지난달부터 영국 런던의 유명 백화점인 셀프리지의 로비에서 팝업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은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루이비통은 이미 이 백화점 안에 직영매장을 두고 있다. 팝업매장은 직영매장이 고객들로 붐빌 경우를 대비해 설치한 임시 매장이다.

그러나 루이비통은 팝업매장에서 키홀더나 애완동물용 액세서리, 핸드백 등 주로 소형 제품을 진열해 일반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누구나 잠깐 들렀다 갈 수 있도록 매장을 꾸며 고급 매장을 찾는 데 따른 고객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유명 구두 브랜드인 지미추 역시 올 초 이 백화점에 유사한 형태의 매장을 열었고 보석 디자이너인 안나 루는 같은 백화점에서 아예 거리 가판대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팝업매장을 통해 명품업체들이 노리는 것은 매출 증대보다는 마케팅 효과라고 지적했다.

미국 소매 유통점 타깃은 단기간에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도구로 팝업매장을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타깃은 2004년 패션디자이너 아이삭 미즈라히의 여성복을 출시하며 뉴욕 록펠러센터에 1500㎡ 규모의 임시 매장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타깃은 크리스마스시즌을 맞아 허드슨강에 수상매장을 설치, 마케팅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린다 휘슨 셀프리지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팝업매장은 특권층을 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명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며 "이런 매장은 보통 큰 반향을 일으킨 후 금새 사라지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더 큰 인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왓칭닷컴 설립자인 라이니어 에버스는 "팝업매장과 한정제품을 연계하면 상당한 마케팅효과를 얻을 수 있어 명품업체들도 잇따라 팝업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파리 직영매장을 리노베이션하는 동안 팝업매장을 운영한 프라다의 세바스찬 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팝업매장은 프라다 브랜드 이미지를 엿볼 수 있는 환상적인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도 팝업매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전략컨설팅업체인 퓨처리얼 창립자인 타마 카스리엘은 "경기침체로 어떻게 해서든 현금을 끌어 모으려는 건물소유주들에게 남아도는 공간을 단기간 이용하는 팝업매장은 짭짤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