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에 엇갈린 재계 반응

2009-12-04 21:05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현안에 대한 노사정의 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주요 기업들은 4일 각자의 처지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경제단체 간에도 적지 않은 온도 차가 감지됐다.

노사정 협상에 사측 대표로 참여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경영계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탈퇴한 현대기아차그룹은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이나 복수노조 등의 문제에 대해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 합의안이 나오게 돼 아쉽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타임오프제나 복수노조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협상에서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경영계가 받아들 수 있는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가 내년부터 전면 원안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내년 7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합의된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태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조 전임자 급여 금지 문제보다는 복수노조 시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삼성그룹은 이날 타결안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합의 내용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노사정이 진통 끝에 합의한 내용이고 그간 경총이 기업을 대표해서 참여해 결정한 것인 만큼 합의내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사정위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SK는 이번 합의 결과를 받아들여 노사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찾아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외에는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를 존중하고, 합의 내용에 따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중에는 협상에 직접 참여해온 경총과 다른 단체들의 반응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경총은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노사관계 안정과 발전을 위해 3자가 조금씩 양보해 최선의 방안을 찾은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에 반해 대한상공회의소는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경제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전임자 임금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그러나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노사정이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하여 합의를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임오프제는 시행한다는 것 외에 정해진 것이 없고, 복수노조도 시행시기만 정해졌지 어떻게 한다는 내용이 미정인 만큼 향후 노사정간 논의를 통해 경영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다수의 기업은 타임오프제가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백양현 인력지원본부장은 "복수노조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에 `타임오프제'를 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타임오프제를 시행한다 해도 전임 근무 시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중소기업계는 타임오프제는 사실상 현행 제도와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노사정 합의가 노사협력 무드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며 "복수노조 시행을 유예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관련 시행기준이 원만하게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협상 상대가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합의안을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정 합의안이 앞으로 정치권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았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