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선임 파행...기로에 선 회추위

2009-12-02 08:24
회추위 3일 인터뷰 강행 조담 "김병기, 이철휘 지난주 만나..도와달라더니" 정책당국 KB금융 단속 나섰다는 평가도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회장 후보 인터뷰를 이틀 앞두고 후보 3명 중 2명이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회장 선임이 파행 국면을 맞았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진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회추위는 일단 일정대로 후보 인터뷰를 강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인터뷰 불참을 선언한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가운데 강정원 행장 단독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대두되고 있다.

2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3일 회장 후보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담 이사회 의장은 "후보 2명의 사임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으며 후보가 1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예정대로 면접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장은 "두 후보의 사임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면서 "공식적으로 입후보 과정도 없었으며 회추위가 회장 후보를 공표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후보 사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를 알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못하다. 사임의사를 밝힌 두 후보 모두 일정이 너무 촉박해 인터뷰에 준비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이철휘 사장의 경우 3일 인터뷰에는 불참하겠지만 일정이 바뀌면 다시 응할 의사가 있다며 KB금융 회장직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KB금융 이사회는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의장은 "KB금융 이사회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곳은 없다"면서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는데 회장 선임 일정을 후보들한테 맞출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김병기, 이철휘 후보와 만난 적이 있다"면서 "당시 회장 선임을 위해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역시 KB금융 회장 선임에 대해 불편한 입장이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굳이 연내 회장 선임을 마무리하려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사임하면서 강 행장 단독후보로 진행된다는 것 자체도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에 대한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회장 선임 시기는 내년 초 정기 주총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면서 "현재 회장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KB금융 이사회는 현재 일정도 늦었다고 보고 있다. 회장 대행 체제로 3개월을 진행한 상황에서 대행 체제로 내년을 맞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 의장은 "현재 회장 선임 일정도 느리다"면서 "KB금융이 공기업도 아니고 20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린 회장 선임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KB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정책당국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강 행장이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확대하는 등 지나치게 힘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50%가 넘어 주인이 없다고 할 수 있는 KB금융에서 강 행장의 파워가 도를 넘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병기 전 사장과 이철휘 사장 역시 금융 관료 출신으로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된 것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사태로 KB금융 이사회의 권위는 추락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KB금융 이사회는 그동안 다른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독립적이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사외이사 중 상당 수가 이른바 '친강 라인'이라는 평가 속에 회장 후보 3명 중 2명이 회장 선임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 것 자체가 KB금융 이사회는 물론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의 명성에 상처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외이사제 개편 논란과 함께 정계 차원에서 KB금융 이사회는 물론 경영진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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