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기업의 순대외채무가 289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채무 증가는 채권발행 비용 부담을 늘리고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순외채(채무-채권)는 289억7380만 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의 137억1000만 달러보다 2.1배로 불어났다.

이 규모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최대다.

일반정부의 순외채는 164억8700만 달러로 1년전의 58억2600만 달러에 비해 2.8배로 늘었다.

공기업의 순외채는 78억8400만 달러에서 124억8600만 달러로 58.4% 증가했다. 공기업 순외채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외채가 늘어난 것은 대외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외채무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대외채무는 9월 말 현재 133억8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의 87억7200만 달러보다 52.6%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1998년 1분기(68.6%) 이후 최고다.

공기업 대외채무는 작년 4분기 94억5200만 달러, 올해 1분기 95억1300만 달러, 2분기 107억2400만 달러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공기업의 대외채권은 9억 달러로 미미한 수준이다.

일반정부의 대외채무는 253억79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의 240억5600만 달러보다 5.5% 증가했다. 반면, 일반정부의 대외채권은 88억9200만 달러로 1년전의 182억3100만 달러보다 51.2%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채를 많이 샀고 공기업들이 해외에서 채권 발행을 확대하면서 정부·공기업 부문 대외채무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9월말 대외채무보다 대외채권이 많은 순채권국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경제 주체별로 나눠 보면 사정은 각각 다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증가에 힘입어 2198억6100만 달러 순채권을 보유한 기관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2.2% 순채권 규모가 늘었다. 은행과 민간기업은 순채무가 27.0%와 4.7%씩 줄었다.

반대로 일반정부는 순채무 규모가 183.0% 증가했다. 공기업도 58.4% 순채무 규모가 증가해 순채무 증가율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순채무가 크게 늘어난 것은 주로 국채발행이 증가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대거 사들인 데서 비롯됐다. 공기업은 해외 채권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순채무가 급증했다.

이처럼 채권발행을 통해 대외채무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발행 비용(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발행 기관의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내외금리차(재정차익) 또는 환율 하락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금이 짧은 기간에 대거 청산되거나 상환 만기가 집중되면 각종 '위기설'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설의 제물이 되지 않으려면 사전에 이를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채무는 위기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에 불안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투자금 환수→금리·환율 충격→불안감 고조'의 악순환을 지적하면서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거시적인 외환건전성 차원에서 각 경제주체의 대외채무를 총량지표 측면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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