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이석채ㆍ정만원, 차세대 전략 '두뇌싸움'
2009-11-01 23:16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
국내 통신업계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통신시장의 성장정체 탈출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성장정체 탈출을 위해 KT-KTF 합병 근거로 내세운 유ㆍ무선 통합 전략을 선택했다.
반면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유ㆍ무선 통합이 성장정체 탈출의 해결사가 될 수 없다며 개인고객(B2C)이 아닌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생산성증대(IPE) 전략을 들고 나왔다.
성장정체 탈출 전략을 놓고 통신업계 양대산맥인 KTㆍSK텔레콤의 CEO들이 본격적인 두뇌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KT는 최근 휴대전화로 3세대(3G) 서비스와 인터넷전화(VoIP)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유ㆍ무선 컨버전스(FMC) 서비스를 출시했다. 차세대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이 회장은 FMC 서비스로 무선 부문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가입자가 늘어날 수 있어 유ㆍ무선 컨버전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반해 정 사장은 통신시장에서의 가입자 경쟁으로 성장정체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 기존 B2C 사업에서는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신성장동력으로 B2B 사업을 육성키로 했다.
정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20년 B2C 20조원, B2B 20조원 등 매출 40조원 회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과 정 사장이 차세대 전략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만큼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의 유ㆍ무선 컨버전스 전략은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을 견제해 차세대 통신시장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속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 사장의 IPE 전략에 대해서는 통신시장의 성장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회장의 FMC 전략은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KT를 성장정체에서 탈출시킬 핵심 전략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사장의 전략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반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IPE 시장에서 향후 10년 동안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
또 구체적인 방안 제시도 없이 현재 12조원 수준의 B2C 매출을 2020년에는 2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다.
SK텔레콤 한 고위관계자는 "2020년 매출 40조원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은 정 사장의 포부"라며 "하지만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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