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와 허구의 재구축으로 현실을 그리다 - 가상선 (THE IMAGINARY LINE)
실재와 허구의 재구축으로 현실을 그리다 - 가상선 (THE IMAGINARY LINE)
가상선(The imaginary line)은 영상촬영에서 쓰이는 말이다. 다수의 등장인물이 움직이는 장면을 촬영할 때, 컷과 컷의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적용하는 상상의 선을 의미한다. 감독이나 촬영기사는 마음속으로 카메라 전방의 인물 중 프레임의 양 측면에 위치한 두 인물 간에 직선을 그은 다음 촬영을 진행해간다. 그 선을 넘어서 카메라는 이동할 수 없다.
갤러리 현대는 지난 14일부터 한 달간 관람객들의 새로운 감성을 자극시킬 특별 전시회를 마련됐다. 미디어·설치 장르에서 치열한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국내 대표적 미디어 아티스트 7인이 뭉친 '가상선'. 이용백, 전준호, 문경원, 최우람, 박준범, 진기종, 오용석이 그들이다.
타이틀 가상선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가들은 실재(實在)와 허구의 경계선상을 넘나들며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 혹은 지극히 사적인 내면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들은 가상선이라는 개념을 현실에 적용 현실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풀어내는 대신 가상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오용석_미래의 기억 Memory of the Future, 2009, Single Channel Video, 5 min approx. Looping |
특히 오용석 작가의 ‘미래의 기억’은 다양한 시간이 교차하는 공간을 잘 드러냈다. 그는 영화의 한 장면과 작가 자신이 촬영한 실제 현실을 뒤섞어 불분명한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과거에 찍은 한 장의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사진 속 배경과 동일한 장소의 현재가 갖는 일상의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풍경으로 재구성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동일한 장소와 일상을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여 적절히 배합했다는 평이다.
작가는 동적인 사진과 정적인 영상작업을 이용해 독특한 영상 콜라주를 선보였다. 독특한 매체 활용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실재와 환영에 대한 기술적 내러티브를 풀어낸 ‘미래의 기억’. 과거와 현재, 기억과 추억들을 쫓아가는 작가의 노력은 허구의 공간과 실제 상황이 만나는 모습을 통해 보는 이에게 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성을 자극한다.
가상선은 영상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처음으로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만일 이 가상선의 규칙을 어기면, 급격한 시점의 변화로 인해 보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 하지만 현대 영화에서 이 규칙은 감독의 의도된 계획에 의해 종종 위반된다. 정확한 연출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시도는 극적인 연출 효과와 더불어 보는 이에게 또 다른 감성을 자극하는 기법이 된다. 문의 두아트 2287-3500
박성대 기자 ASRADA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