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상장사 주가 '시름시름' 왜

2009-10-13 07:41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 상장사들이 주식시장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8개사 가운데 3개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공모가를 밑돌거나 공모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국내 상장 외국기업은 유가증권시장에 화풍집단 KDR, 연합과기, 중국원양자원 등 3개사, 코스닥시장에는 3노드디지탈, 코웰이홀딩스, 중국식품포장, 네프로아이티, 차이나그레이스타 등 5개가 있다.

국내 외국 기업 1호로 지난 2007년8월17일 상장한 3노드디지탈은 전 거래일까지 220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 2500원 대비 주가 하락률이 -12%에 달했다. 같은해 11월26일 상장한 중국 직물가공업체 화풍집단 KDR도 전 거래일 주가 2295원으로 공모가 5600원 대비 -59.02% 하락했다.

지난해 12월4일 상장한 연합과기의 경우는 감사의견 '의견거절'로 상장 5개월여 만에 퇴출 위기에 몰리는 등 악재로 전 거래일까지 주가는 공모가 2200원보다 -35% 낮은 1430원을 기록했다.

한편 올해 상장한 중국식품포장과 중국원양지원은 공모가 대비 각각 163.3%, 98.38% 올라 전 거래일 기준 3950원과 615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공모가 형성 당시 워낙 저평가된 탓에 지금 주가 수준도 부진한 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가는 이들 외국 상장사의 주가 부진 원인이 시장 안팎으로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의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접근이 쉽지 않고, 상장사 자체도 투자자를 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도 커버하지 않는 외국 기업에 개인투자자가 선뜻 투자에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며 "투자자들을 위한 기업공개(IR)도 드물고, 기업 관련 정보 자체도 구하기 어려워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증시에 상장 외국기업 대부분이 한글로 된 홈페이지 조차 제공하지 않는 등 국내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제공 인프라 구축 상황이 열악한 상황이다.
  
기업 실적 파악이 쉽지 않은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재무제표 작성시 해당 국가 화폐를 혼용해 사용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재무제표 작성시 화폐 혼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일부 불편함을 겪을 수 있어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좀더 체계적인 외국 상장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외국기업이 국내 증시 상장에 첫발을 내딛은 2007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외국기업의 공식적인 IR은 거의 전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 와서야 거래소 주최로 3노드디지탈, 코웰이홀딩스 등의 화상 및 현지 IR을 추진한 정도다.
 
이현택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지원팀 팀장은 "국내 상장 외국기업 IR 활성화를 위해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며 "내년 초께 상장사 관계자를 초청해 합동 IR 개최를 계획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지리적 여건상 외국 기업 관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지리적 여건을 해소할 수 있는 화상 IR 등을 활용하기에도 이들 기업의 인프라 구축 상태가 미비한 경우가 많아 힘든 점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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