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변했다”‥실리 선택한 현대차 노조
지난 25일 현대차지부 선거에서 당선된 이경훈 당선자(가운데)가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연합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장 선거가 예상대로 중도 실리 노선의 이경훈(49. 기호 1번) 후보가 선출되면서 노동계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향후 투쟁 노선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노조가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후보가 당선된 만큼 현대차 노조는 정치 파업 보다는 노조원들의 권익을 중심으로 한 행보가 예상된다.
사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7월 24일 설립 이후 199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2년2개월 동안 거의 매해 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노동계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대표적인 강경 노조로 불려 왔다. 임단협과 관련된 파업도 있었지만 정치적 현안들도 다수를 차지했다.
피해 규모도 엄청났다. 지난해 말까지 파업일수만 1년여에 가까운 361일이나 된다. 이로 인한 피해만 생산차질이 108만대, 매출 손실이 11조원이나 된다. 2006년에는 파업으로 순이익이 무려 47%나 감소했다. 당시 국내 판매량보다도 많은 14만1882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작년에도 4만4645대를 생산하지 못해 생산 차질금액만 6905억 원에 달했다.
◇노조원들 “변화는 이미 예견된 수순”
하지만 최근 KT의 민노총 탈퇴에 이어 쌍용차가 완성차 업계 최초로 금속노조에서 탈퇴하며 변화의 바람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현대차 노조원들 사이에서 ‘매년 피 터지게 파업했지만 현대중공업 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느냐’,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 노조도 무너진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그 이유다.
이 같은 반 금속노조 기류는 선거 투표에서 드러났다. 재투표 논란을 불렀던 1차 선거에서 중도 실리 성향의 두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과반수인 57%에 달했다. 정치 투쟁에 염증을 느낀 노조원들이 중도 실리 후보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전 현대차 노조 간부는 “이번 선거의 표심은 조합원들이 변화된 노동운동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내 금속노조를 바꾸겠다고 말한 만큼 민노총과 금속노조와의 관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당장 관계가 단절되거나 급변하기보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실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도 투쟁 일변도에서 합리적인 요구를 내세워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조원들의 이득을 위한 투쟁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단언하기는 이르다. 당장 당선자가 올해 안에 임단협을 타결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임단협이 현대차 노조 신임 집행부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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