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제품 최대 4배↑..서민가계 '휘청'

2009-09-27 07:32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제품의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귀 체온계 가운데 일부 제품은 불과 한 달 사이 최대 4배까지 폭등했지만 정부는 물가 관리 품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종 플루 예방 관련 제품인 귀 체온계, 마스크, 독감 백신, 손 소독제와 세정제 등이 품목에 따라 지난 한 달 새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배 정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플루 확산에 따른 수요 폭증으로 공급이 부족한 게 이유지만 중간 유통업자들이 한 몫을 챙기려고 가격이 올린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유통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외국 유명 A업체의 귀 체온계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지난달 중순까지도 4만~5만원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곳에 따라 8만원에서 최대 18만원에 팔리고 있다.

다른 B업체의 귀 체온계도 한 달 전 4만5000원 하던 게 최근 10만원씩에 거래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거의 동이 난 상태다.

또 다른 C업체의 2만7000원하던 귀 체온계가 최근에는 6만원을 넘어섰다.

한 의료기 판매업자는 "신종 플루의 전 세계 확산으로 주문해놔도 수입상한테 연락이 잘 오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인터넷에서는 5만원대 유명업체 체온계가 18만원까지 거래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종 플루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거나 독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계절독감 백신 가격도 껑충 뛰어올랐다.

작년에 어른 2만5000원, 유아 2만원하던 독감 백신 가격이 최근에는 어른 3만원, 유아 2만5000원으로 급등했고 이마저도 2~3주 정도 기다려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제약사가 가격을 올려 백신 값이 오른 것 같다"면서 "이마저도 부족해 현재 접종 신청을 해도 몇 주는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손 세정제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보면 품절이나 매진된 곳이 많다. 또한 예약 구매를 걸어놓고 최소 2~3주가 지나도 배송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손 세정제는 거의 수입품으로 생산업체, 판매업체 모두가 물건이 달려서 팔기가 힘든 상황이다. 손 세정제 또한 D사의 7000원짜리 제품이 현재 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손 소독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손 소독제는 법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해 약국에서만 판매하는데 최근 품귀 현상으로 시중 약국에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이름도 듣지 못하던 상품도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E업체의 손 소독제의 경우 약국에서 개당 3500원이지만 인터넷에서는 6000원에 팔리는 등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센서감지식 자동 분무형 소독기'도 현재 수요가 폭주한 관계로 신청 후 설치까지는 2주일 정도 소요되며 가격도 10~20% 오른 곳이 적지 않았다.

다만 대형할인점에서는 세정 비누 등 위생제품이 정가대로 판매되고 있으나 물량이 부족하며, 신종플루 관련 주요 제품들은 약국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로 유통돼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신종 플루 관련 제품의 가격 급등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추석을 앞두고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주로 제수용품에 집중돼 있을 뿐 물가관리 대상이 아닌 귀 체온계 등 신종 플루 관련 제품의 물가는 신경조차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종 플루 관련 제품의 가격이 올랐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 관련 물가를 점검해보지는 못했다"면서 "정부가 이와 관련해 특별한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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