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증시, 급등 부담 '안갯속'
주식시장이 1700선 아래로 되밀리자 증권가는 반등 재개나 조정 지속 가능성을 점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50% 넘게 뛴 주가지수가 먼저 부담스럽다. 여기에 원ㆍ달러 환율까지 1200원 아래로 밀리면서 수출주와 내수주 간 힘겨루기 가능성도 커졌다.
반대로 긍정적인 점은 주가와 기업이익 모두 나란히 뛴 덕에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기대할 만하다.
2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59포인트(1.03%) 내린 1693.88을 기록하며 15개월만에 되찾은 1700선을 다시 내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나흘만에 1.30원 오른 1195.70원으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1200원을 밑돌았다.
◆내달 증시 방향성 탐색 전망=10월 초 코스피는 추가 조정과 상승 반전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전날 "경제가 심각한 하강국면을 지나 회복을 시작했다"며 연방기금금리 운용목표를 현행대로 연 0~0.2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FRB가 제로 수준인 금리를 당분간 그대로 두겠다고 밝힌 만큼 유동성 회수를 뜻하는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전반적인 시장 투자심리도 개선됐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지수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만한 재료는 부족해 보인다. 증시 상승을 주도해 온 전기전자주를 중심으로 상승 탄력을 잃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도하게 오른 기존 주도주보단 상대적으로 덜 오른 후방종목(부품주)을 공략하는 틈새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전기전자 재료를 만드는 화학주에 외국인 투자자가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환율 급락으로 수출주와 내수주 간 주도주 자리 바꿈도 점쳐 볼 만하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 모멘텀이 약해진 가운데 원화 강세도 함께 진행돼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하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덜 올랐고 환율 급락에 따른 수혜까지 기대할 수 있는 내수주로 매매를 압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대비 저평가는 긍정적=코스피는 연초이후 가파르게 치솟았으나 동시에 이뤄진 기업이익 증가 덕에 해외시장보다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기업실적 조사기관인 톰슨IBES 자료를 보면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로 선진시장 평균인 14.8배보다 무려 22.0% 낮다.
주가를 기업이익으로 나눠서 구하는 PER이 낮을수록 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코스피 PER은 일본(23.7배)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고 미국(15.4배)이나 독일(13.2배), 영국(12.6배)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코스피는 신흥시장 평균마저 밑돈다. 신흥시장 평균 PER은 13.1배로 코스피보다 10% 이상 높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률이 기업이익 상승률을 못 쫓아간 탓에 코스피 PER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선진시장뿐 아니라 신흥시장에 비해서도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점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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