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으로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징계를 당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23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황 회장은 KB금융 회장에 취임한 이후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 셈이 됐다.

황 회장의 사임은 우리은행 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의 책임과 관련된 사퇴 압력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2004년부터 2007년 우리은행장 재임시절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에 15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12억5000억달러(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손실을 낸 혐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징계 조치에 의해 제가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는데 법률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선도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본인의 문제로 인해 조직의 성장·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오래된 소신"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그러나 금융당국의 징계 조치가 부당하다는 뜻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우리은행 재직시 CDO·CDS 투자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징계조치에 대해 수차례의 소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의 주장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황 회장에 대한 사임 압력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황 회장 징계 건은 '해임 사유'에 해당하지만 당시 여건을 고려하고 고의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정상참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원래 해임 조치가 취해져야 하지만 그나마 '직무정지 상당'으로 낮춰졌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후임으로 우리은행장을 지낸 박해춘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당국의 징계 이후 자진 사퇴한 것도 황 회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금보험공사 역시 황 회장에 대한 징계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예보는 지난해 4분기 우리금융이 경영이행약정(MOU)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황 회장의 투자 손실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는 예보가 황 회장에 대해 '해임 상당'의 징계를 내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미 황 회장의 사임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담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황 회장의 사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면서 "모든 결정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 회장의 사임은 금융위원회의 징계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면서 "본인의 뜻에 따라 사임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KB금융 이사회는 오는 25일 비공식 이사회를 열고 차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황 회장은 오는 29일 KB금융지주 출범 1주년 기념식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이며 이후 정관에 따라 부회장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직무를 대리하게 된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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