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MOU 체결로 한은법 개정 '발목' 잡히나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 등 4개 유관단체와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MOU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체결돼, 단독검사권 등 한은이 당초 요구하던 개정 사항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 5개 기관은 △정보 공유 98%로 상향 조정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시 1개월 내 검사 착수 등을 골자로 한 MOU를 맺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강력한 내용으로, 이에 이날 정부에 넘어간 한은법 개정안 초안이 상당 부분 축소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이번 MOU 사항을 구성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내 한은법 태스크포스(TF)는 한은법 초안에서 한은에 '금융회사 단독 검사권'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MOU를 통해 공동검사를 충분히 강화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TF가 넘긴 개정안 초안은 정부의 검토를 거쳐 오는 1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토론회가 열린다.
하지만 단독 검사권 부여가 빠질 경우 한은의 만만치 않을 반발이 예상된다. 한은은 그동안 개정안에 금융안정기능과 단독 검사권 부여를 강력히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은 기존에 맺었던 사안들이 올바르게 이행되고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한은법 개정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가 한은의 요구를 들어줄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그동안 한은에 단독 검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날 MOU 체결식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해 냈고, 향후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MOU의 의미를 애써 부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은의 입장 차가 엇갈리고 있으며 향후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실장급 연구원은 "정부는 MOU 체결을 통해 (단독 조사권 등)한은이 원하는 것을 다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면서 "다만 한은과의 갈등관계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달래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은은 조직의 권한 확대를 바라고 있고 이를 명문화 하려고 해 정부와 한은 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정부안과는 달리 한은에 제한적 범위 내에서 단독조사권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9월 정기 국회에서도 한은법 개정은 난항을 치룰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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