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의 시대에서 혁신을 꾀하는 방법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조바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단기간 내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실패로 규정하고 책임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바쁘다. 하지만 불황을 뚫고 성공하는 기업들은 실패를 거울 삼아 혁신을 꾀한다.
혁신 컨설턴트인 제레미 구쉬(Jeremy Gutsche)는 지금과 같은 대변혁기에는 과거의 안정적인 기업 환경에 대한 향수에 젖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돈의 시기에는 여러가지 패가 뒤섞이면서 게임의 규칙도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쉬는 새 시대에 맞는 혁신전략을 서둘러 마련하고 시장의 기회를 재빨리 포착해 시장에 도입하라고 조언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구쉬의 저서 '혼돈의 시대를 개척하라(Exploiting Chaos)'에 담긴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혁신전략 개척법을 소개했다.
◇숨어있는 소비자 니즈를 찾아라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포춘은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최고치에 달했던 1930년 2월에 창간호를 발매했다. 포춘은 당시 주간지로는 높은 가격인 호당 1 달러에 판매됐다. 하지만 창립 8년 후 잡지 구독자는 46만명에 달했다. 대공황이라는 척박한 시장 환경에서도 기존의 미디어업체들이 충족시키지 못한 소비자의 니즈를 포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낸 결과다.
◇미래에 집중하라
1990년대 중반 닷컴 버블이 터지자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연구ㆍ개발(R&D) 비용을 삭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애플은 버블 붕괴 이후에도 R&D에 주력했다. 당시 애플이 개발에 집중한 것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과 음악재생 및 관리 프로그램인 '아이튠즈'. 이 덕분에 애플은 현재 월마트보다 더 많은 음악파일을 판매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주도한 것이다.
◇시나리오를 짜라
유럽 최대 정유사인 로열더치셸은 1970년대 국제유가 움직임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미래 전략을 짰다. 하나는 국제유가가 당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이었고 나머지는 유가가 요동치며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두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한 셸은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이겨낼 수 있었다. 비즈니스위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두면 잘못된 예측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밑지는 장사에도 투자하라
영국 국영방송사 BBC는 1990년대 말 큰 히트작이 없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위기에 몰린 경영진은 이른바 '도박 자금(gambling fund)'을 마련했다. BBC의 간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 비용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모험이었다. 하지만 BBC는 다큐드라마인 '오피스'를 선보이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실패 확률이 높더라도 의외의 성공이 기대된다면 실패에 대한 내성도 키울 겸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투자로 여겨라
IBM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은 회사에 1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힌 직원의 사직서를 반려하며 "1000만 달러는 회사가 당신을 교육시키기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영화제작사 워너브라더스의 스티븐 로스 전 회장 역시 실패하지 않는 직원들은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리더가 필요없는 조직을 꾸려라
지나치게 엄격하고 중앙집권적인 조직은 조직원들의 창의성을 짓누르게 마련이다. 기업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활동에 나설 의무와 권리를 공유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을 틔우기 쉽다. 이런 구성원들이 많이 포함된 기업일수록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도 빠르다. 혼돈의 시대에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서는 기업 구성원 스스로 혁신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밖에 비즈니스위크는 경기 불확실성을 최대로 활용, 평가절하된 기업들을 주목해 인수합병(M&A) 기회를 노리고 과거 호황기의 성과는 잊으라고 조언했다. 또 소비자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고 제품 이름은 직접적인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최대한 간단하게 지으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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