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美 내구재 소비회복 주목할 때
코스피는 3~8월 50%에 가까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불과 6개월만에 이런 오름세를 보인 것은 예외적인 일이다. 2000년 이후에는 2002년에 딱 한 번 있었다. 그만큼 올해 코스피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음을 의미한다. 코스피가 이처럼 강한 상승세를 나타낸 배경은 첫째, 금융위기 완화로 과도하게 하락한 주식시장 가격매력이 부각됐고 둘째, 정부 정책효과로 경기가 빠르게 정상화됐고 셋째, 3월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향후 코스피는 급등에 따른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부터는 크게 위축되었던 미국의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 소비는 극심한 침체를 경험했다.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등 소비자들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을 통과하는 신호가 나타냄에 따라 자산 가치의 안정에 따른 미국 소비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미국 소비가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미국의 고용상황이 여전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완만한 속도의 소비 개선을 예상하고 있고 그 가운데 특히 소득 상위 20%의 내구재 소비 회복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소득 상위 20%는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계층으로 볼 수 있다. 이 계층은 저축률이 높고 부채 비율도 낮아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또한 임금보다는 사업이나 자본이득을 통한 소득 비중이 더 높고 따라서 실업으로 소득 기회가 박탈될 수 있는 중류층과는 달리 자산효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소비 여력을 보유한 가운데 최근 미국의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의 가격이 반등하고 있어 소득 상위 계층의 소비는 결국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소득 상위 계층의 소비 회복 효과는 특히 내구재 부문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상류층은 자동차를 평균 2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TV를 3대 이상 보유하는 등 내구재 수요를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소비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 소비가 느리게 회복되고 특히 소득 상위 계층에 의한 내구재 소비가 증가한다"는 점은 우리 주식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결론적으로 이러한 조건은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우선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ㆍ텔레비전ㆍ핸드셋 등 미국 내구재의 핵심 소비 품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내구재 소비 회복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또한 소비의 회복 속도가 느리게 이루어진다는 것도 한국 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이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환율 가치 절하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완만한 소비 회복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된다. 만약 미국의 소비 회복 속도가 너무 빨라진다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경쟁 기업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므로 이것은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 유망 업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이와 같은 '미국 내구재 소비의 완만한 회복'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업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IT와 자동차 업종이다. 두 업종에 속한 한국 기업들은 금융 위기에 오히려 강한 경쟁력을 주목 받으며 전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내수 업종 중에서는 경기가 정상화 되면서 과거에 존재했던 리스크가 완화되는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은행ㆍ건설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 맞는 종목으로써, 삼성전기ㆍLG디스플레이ㆍ현대자동차ㆍ넥센타이어ㆍ평화정공ㆍKB금융지주ㆍ신한금융지주ㆍ현대건설ㆍ현대산업개발ㆍ서희건설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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