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실물경기 회복세 '재뿌리나' (하)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실물경기 회복이 본격적으로 탄력받을 수 있다는 것에는 은행들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라는 정부의 압박과 금융위기의 여진(餘震)이 우려돼 함부로 기업대출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에 대한 보증 확대 및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 신뢰 제고 등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 은행권 "금융위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기업에 '실탄'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국내 은행권 관계자들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여파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아 기업 대출을 쉽게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경기 회복이 본격화 하지 않았고 금융기관들의 가장 큰 화두는 리스크 관리"라면서 "기업대출은 비교적 리스크가 높고 아직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 기업 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올 들어 6월을 제외하고 상승세를 잇고 있다. 특히 7월 들어서는 1.32%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나 상승했다.
이 같은 여건에도 은행들은 상반기 정부의 보증 지원을 통해 적잖은 자금을 실물에 지원했다.
신보는 올 상반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12조2759억원을 보증했다. 이는 전체 보증 잔액 38조5674억원의 3분의 1 규모로 평년의 2~3배에 수준이다.
기술보증기금 역시 지난해의 2배 규모인 10조5808억원을 올 상반기에 지원했다.
이 같은 보증 재원 상반기 조기 집행으로 하반기 기업 지원는 축소가 불가피하다. 현재 은행들은 정부의 보증 없이는 기업 지원을 벌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또 정부가 은행들에 부실채권 비율을 1% 미만으로 낮추라고 지시하고 있어 기업 지원에 나서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 전문가 "정부가 기업 지원 앞장서야"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은행들이 실물 경제 회복에 회의감 내지는 자신감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은행의 신뢰감을 회복하고, 필요하다면 보증 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은행 입장에서 자금 지원을 바라는 기업을 심사하고 지원하는 것이 쉽지 않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금융기관에는 돈이 넘쳐나지만 실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정부가 경기회복을 틈 타 살아남은 좀비기업에 대한 확고한 구조조정 의지를 나타내는 등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쌓는다면 은행들도 조금씩 기업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연구위원도 "일시적 자금난으로 흑자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 한계기업, 투자가치가 없는 기업 등으로 단계를 나누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자금지원이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보증규모가 줄어 기업의 자금 여건은 더욱 악화해 실물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보증재원을 확충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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