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국민의 변화 열망이 결실"

2009-08-31 07:39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생각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일본의 8·30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30일 밤 도쿄 롯폰기에 마련된 당 개표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침착한 표정으로 국민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그는 이날 부인 미유키(幸)씨가 골라준 황금색 줄무늬 넥타이 차림으로 개표장을 찾았다. 그는 "국민이 정부와 여당에 분노를 갖고 있다. 정권교체 선거를 내걸고 싸웠다"며 "반응은 매우 강렬했다. 국민 여러분의 격려에 감사드린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정치개혁을 내걸고 1993년 자민당을 탈당한지 16년만에 그는 일본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그는 "권력을 담당한다는 것은 매우 큰 책임을 지는 것이다. '팀 민주'의 중심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국민으로부터 아직 충분한 이해를 받지 못했다"라고만 했을 뿐 더 이상 구체적인 발언은 회피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회견에 앞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의 권유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오자와 전 대표와 함께 전 후보자의 이름이 쓰인 패널에 당선을 상징하는 빨간 색 장미를 달아주면서 활짝 웃기도 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 대행 등 정권교체 주역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개표가 속속 진행되며 패널은 빨간색 장미로 물들었다.

이번 총선 선거전을 진두지휘한 하토야마 대표는 비행기, 전세 헬기 등을 동원해 총 28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서 지원 유세에 나섰다. 노 넥타이 차림의 아소 총리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넥타이 차림으로 논리정연한 연설을 계속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줬다.

이 과정에서 보수의 아성으로만 여겨졌던 지방에서도 변화에 대한 갈망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총선 공시 사흘 전에 방문한 가고시마(鹿兒島)에서는 그의 연설을 들은 68세 무직 남성이 "관료들에게만 맡기는 정치를 그만두도록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5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의 지역구가 있는 군마(群馬)현에서는 한 시민이 하토야마 대표에게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정권교체'라고 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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