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 아메리카노) 공공의 적 '카르텔을 깨라'
2009-08-27 08:49
국내 5개 음료회사들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가격을 올린 사실이 적발돼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과 올 2월 두번에 걸쳐 동시에 음료 가격을 인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롯데칠성음료와 해태음료, 웅진식품에 총 2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롯데칠성에 217억원, 해태와 웅진에 각각 23억원, 14억원의 과징금이 매겨졌으며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한 코카콜라음료와 동원오츠카는 과징금이 감면됐다.
부당한 공동행위, 공정거래법상 ‘카르텔’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담합'이 바로 그것이다.
카르텔은 가격과 거래조건을 결정한다든지, 생산과 출고를 조절한다든지, 입찰에 있어 낙찰자를 정해 밀어주고 낙찰자로부터 소위 떡값을 받아 나눠 가진다든지 그 유형이 다양하다. 또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진다.
그러면 카르텔이 왜 문제인가?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해 가격과 물량을 결정할 때 유한한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된다는 것이 시장경제질서의 기본원칙이다.
그런데 카르텔은 공급자 또는 수요자가 공모를 통해 이러한 시장원리의 작동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행위이다. 즉, 다수 기업이 존재하지만, 공모를 통해 하나의 기업처럼 행동함으로써 시장경제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독점시장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카르텔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가져오고, 불법적인 독점이윤을 창출해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다. 또한 카르텔 참여기업 스스로도 원가절감이나 경영합리화의 유인이 사라져 경쟁력을 잃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카르텔이 그 성격상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합의서 또는 협정서란 이름으로 카르텔의 내용을 기재하고 참가사업자 연명으로 도장을 찍은 문서를 보관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지워버린 컴퓨터 파일을 복구해야만 겨우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카르텔의 적발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자진신고자 감면제도(Leniency Program)이다.
카르텔에 참여한 사업자가 그 카르텔을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되기 전에 자진신고하거나, 조사가 개시된 후에 그 조사에 협조할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 제재수준을 낮추거나 면제해 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신고포상금제도. 카르텔을 신고 또는 제보하고 그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제출하면 10억원 한도 내에서 포상금이 지급된다.
실제로 작년에 설탕제조 3개사의 담합행위를 적발해 총 5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2개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조사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Leniency 신청을 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친 카르텔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제보자가 피심인의 증거자료 은닉처를 구체적으로 제보함으로써 합의내용 등 상당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 제보자에게는 2억1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카르텔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제1의 적이며,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카르텔에 참여한 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결국은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는 점을 기업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카르텔에 가담한 기업이 있다면 자진신고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주변에서 카르텔 행위를 인지한 경우에는 입증에 필요한 증거와 함께 적극적인 제보가 필요하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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