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책임질 사람이 없다"

2009-08-31 10:18

"농협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신경분리에 대해 국회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조차 회의적입니다. 조건부로 신경분리를 수용할 수도 있지만 정작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의견은 배제돼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남기용 농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은 농협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신경분리 역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결과가 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남 위원장의 주장이다.

   
 
남기용 농협중앙회 노조위원장
남 위원장은 "농협은 구조상 잘못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시스템이 아니다"면서 "회장을 비롯해 정치인들은 농협을 분리해놓고 나중에 관두면 그만이지만 수많은 조합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역조합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사실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남 위원장은 "인사권이 지역조합으로 넘어가면서 중앙회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면서 "예를 들어 중앙회에서 감사를 나가도 지역조합에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에 대해서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조직 자체가 권력에 노출된데다 자율권을 상실하면서 조직 운영의 방향 정립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 위원장은 "농협의 미래를 결정하는 신경분리에 대해서도 정작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농협개혁위원회에도 농민과 조합원은 철저히 배제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남 위원장은 신경분리에 대해 고용 보장 등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신경분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전 '무조건 반대'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그는 "고용 등 노조 주장이 수용된다면 최근 중앙회측이 제시한 실무초안(CIC)의 시뮬레이션에도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회가 제시한 CIC는 독립사업부별로 2년 동안 운영을 해보고 신경분리를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남 위원장은 신경분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신경분리를 찬성하지도 못하지만 반대하는 것 자체도 불안하다"면서 "주변 여건이나 확률을 보면 분명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지난 2007년 마련한 '2017년 분리안'을 추진해야한다는 것에는 입장의 변화가 없다"면서 "당시 정부와 학계, 농협이 공동으로 마련한 안이 있음에도 MB정부가 졸속 개혁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최근 만난 국회의원과 여당 관계자들 역시 농협 신경분리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과 관련해 정치세력화된 조직의 참여가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여당 관계자들조차 반대하는 안이 결국 통과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은 최근 자체 마련한 신경 분리안 '실무 초안'에 대한 지역 설명회를 가졌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한 상태다.

농협은 오는 11월 열리는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에 최종 신경 분리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일정대로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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