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忍冬草)’로 기억되는 이 땅 평화의 산증인

2009-08-21 01:28

엷은 잎 몇 개로 모진 추위의 겨울에도 말라죽지 않고 이겨내는 식물 인동초는 강인한 생명의 원동력을 상징한다.

‘인동초’와 같은 삶을 살아온 제15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대통령이 18일 서거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어언 50여 년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 역사와 같이해온 김전대통령의 서거에 국민들은 물론이고 해외 유명인사들과 언론들마저도 안타까운 마음과 깊은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국가나 인종을 떠나 수많은 지구촌사람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김 전대통령의 인동초 같은 삶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1957년 민주당상임위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내딛은 이후 2003년 2월 제15대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를 끝낼 때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주역’ ‘평화의 상징’ ‘굴곡 많은 삶을 산 정치인’ 등으로 늘 우리 국민들의 곁에서 민주와 평화의 대명사로 존재했다.   

특히 1971년 신민당 대통령후보로 출마했으나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 패배했고 73년8월8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중앙정보부(지금의 국가정보원) 요원에 의해 납치되었던 안타까운 사연, 1980년 초 정치활동을 재개했으나 그해 5월 내란음모 혐의로 신군부에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했던 억울했던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을 역임하며 5공화국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 등을 세계인과 우리국민들 모두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런 김전대통령이 1998년 대통령 취임 후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에 힘 쓴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어쩌면 세계가 그리고 우리국민들이 주어야하는 당연한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군부에 저항한 정치인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로 대변된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님의 서거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더욱 비통하고 침통하게 하며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은 민주화의 별이자 인동초 인생의 주인공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외에도 또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16대 노무현 전대통령이 5월 23일 서거한지 100일도 안되었다는 것이다. 이땅의 민주화 주역으로 상징되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한해에 그것도 3개월 사이에 다시돌아 올수 없는 그곳으로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몇 달 전 어느 토요일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동교동 대로변에서 피킷과 플랜카드를 들고 이동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소위 ‘우익’이라고 말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좌익’의 대명사로 지칭하는 전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불만을 토로하고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더운 여름날 뜨거운 햇빛아래서 나이 지긋한 그들이 왜 저렇게 목청을 높혀야 하는지 안스러워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 님은 갔다. 이땅의 민주와 평화를 위해 실천적 삶을 살아온 그 님은 갔다.

김 전대통령의 영혼이 남은 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런게 아닐까?

“이제 더 이상은 ‘우익’이나 ‘좌익’이니 떠들면서 가뜩이나 분단된 우리 민족의 아픈 가슴, 우리 서로의 가슴에 다시 또 생채기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하나가 되어라. 민주와 평화란 절대 물과 기름으로 혼탁해진 땅에서는 피어날 수 없는 꽃이다. 아직 다 피우지 못한 이땅의 민주와 평화의 꽃을 국민 모두위 하나된 마음으로 피워주길 간절히 원하노라”

오늘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에 즈음하여 살아남은 자들 즉 우리국민 모두는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작가/ 박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