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내 자식 부모가 망친다 - 박선영 칼럼

2009-08-12 11:35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자식에 대한 교육열은 정말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태인들이 자식 교육에 뛰어난 기질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치맛바람과 과외 열풍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한 독특한 근성 덕(?)에 선진국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룩한 경제 성장을 우리는 불과 30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다.

지금도 인터넷에 자녀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대부분이 학업에 관련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균형을 잃어버린 이런 맹목적 자녀 사랑법이 과연 나 그리고 내 아이들, 더 나아가 국가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의 자식 교육 방법은 참으로 지혜로웠다.

사대부 집안에서는 귀한 자식일수록 다른 집안에 보내 훈육을 받게 했다.

비록 내 자식이지만 내 뜻대로 키우기 힘드니 엄하면서도 자상하게 훈육시켜 줄 친지나 이웃의 큰 선생들에게 보내 가르침을 받도록 했다.

처지가 되지 못하는 집안이라도 자식들은 많은 가족들 틈에서 알게 모르게 세상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며 성장해 왔다.

지금 우리 시대의 부모들은 자식을 키우는데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좋은 부모가 되고 훌륭한 자식을 키워내고 싶은 심정을 반영하듯 여기저기서 수많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명품자녀로 키우는 부모력'이니 '때리지 않고 기르는 엄마가 되기' 들의 새로운 정보들로 넘쳐나고 있다.

허나 이런 많은 정보들을 얼마만큼이나 현재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맹목적인 정성만 앞섰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조차 모르고 마음만 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 좋은 자식 교육은 무엇일까?

우선 부모들은 자식 양육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가 키우는 것이 아니다'

자식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끌어줘야 한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요, 성장하면서 진정 그 자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대로 살아 갈 수 있도록 끌어줘야 하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다.

이러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으니 그저 내 욕심대로만 자식을 너무나 힘들게 하고 혼란스럽게 한다.

이것도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통할지 모르나 점점 성장하고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면 부모도 어쩔 수 없이 손을 들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다.

대책없이 손을 놓아 버린 부모들은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사는 거지'라며 무책임한 말로 외면하고 방관해 버린다.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문제인 것이다.

내 자식이 온전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지혜로워야 한다.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는 살아 있는 본보기다.

부모인 우리가 지혜롭지 못하고 객관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 한다면, 자식을 위한 교육이나 훈육 자체가 불가능하며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소위 ‘자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횡포를 부리게 된다.

제발 지나고 나서 마음 아파하지 말자.

자식 하나 잘 키우겠다고 내 모든 것을 희생했건만 내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다고 울고불고 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부모가 되어서도 부모 때문에 인생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다고 원망하면서 결코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 마음먹지만 그 굴레는 지금까지 계속 되어오고 있다.

부모, 자식 서로가 내 부모 내 자식이 아닌 인격체로 상호 존중하고 존경 할 수 있도록 우리 부모들부터 인격적 도약을 실천해야 한다.

귀하게 키웠다는 우리 아이들이 마약이니 폭력이니,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 부모의 한 사람으로써 정말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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