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형할인점에 납품업체 파견은 불법"

2009-07-26 13:58

 
대형할인점에 납품업체 사원을 파견해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이 불법이라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은 대형할인점 A사에 황태포를 납품하면서 협력사원을 파견해온 오모 씨가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A사가 오씨에게 협력사원의 인건비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할인점에 대한 납품업자의 거래의존도가 높고 오 씨가 협력사원을 파견하는 형식이었지만 A사가 직접 면접을 보고 채용하고 근무시간과 급여 등을 결정한 사실, 오 씨가 협력사원에 대해 고용주로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 사실, 협력사원이 황태포 판매 이외의 업무도 담당한 사실 등을 보면 A사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오 씨에게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 행위로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불공정 거래행위가 없었으면 오 씨가 지출하지 않았을 인건비 등의 비용이 오 씨의 손해"라며 "오 씨가 협력사원을 파견해 제품 매출을 확대하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A사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오 씨는 1997년부터 A사와 납품계약을 맺고 황태포 등을 납품하면서 A사의 8~9개 영업점에 협력사원을 파견했고 채용 과정은 사실상 A사가 주도했지만, 인건비 등은 오 씨가 부담했다.

협력사원들은 A사 영업점에서 황태포를 판매하거나 시식용으로 제공하는 일을 주로 했지만 생선코너에서 근무하는 등 황태포 거래와 무관한 업무를 하자 오 씨는 A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이득을 얻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가 파견사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채용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소심은 협력사원 1명이 황태포 판매와 무관한 일을 한 것만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의 일부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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