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동북아 3국, 바빠지는 녹색성장 발걸음

2009-07-23 14:36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 3국의 녹색성장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일본이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한국과 중국이 뒤쫓는 형국이다.

하지만 시장 초기인 만큼 시장 재편이 급격히 일어날 수 있다.

원숙한 시장보다 추월 가능성이 훨씬 높은 데 더해 기술 격차가 아직까지 크지 않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직 3국의 '승부'는 결판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 우위에 서려는 각 국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위해 일본과 중국의 녹색성장 현황을 살펴본다.  

◆ 일본의 녹색성장

=  일본은 1973년보다 2006년에 국내총생산(GDP)이 4배나 증가했지만 하루 원유 수입량은 오히려 500만 배럴에서 425만 배럴로 감소했다.

원유 수입량이 15%나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GDP 규모가 87조원에서 759조원으로 8.7배 증가해을 때 하루 원유 수입량도 28만 배럴에서 244만 배럴로 비례해서 증가했다.

이는 그동안 전혀 에너지 저소비 산업으로의 재편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녹색성장'을 추진해온 결과다.

현재까지 동북아 3국 중에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절감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1974~1992년 션샤인(Sunshine)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제1차 석유파동 이후 태양에너지 지열에너지 석탄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4대 대체에너지 개발에 집중했다.

석유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에너지원을 청정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정부 주도로 약 10년간 투입된 정책예산이 2233억 엔(23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일본은 세계최초로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2004년에는 태양광 연간 발전량 세계1위, 누적사용량 세계2위를 기록하게 된다.

일본은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지자 1978년~1992년 문라이트(Moonlight) 계획을 추진한다.

이때는 사용되지 않은 에너지를 회수가혹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주된 정책목표였다.

금속·화학공겁 등 재료산업의 생산시설인 공업로를 고성능으로 전환하자 에너지 절약효과가 30% 이상 개선돼 연간 33만5000만㎘ 에너지를 절약하게 된다.

문라이트 계획에는 연료전지기술, 폐열이용 시스템 등 민간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국립연구소 대학 등에서 주도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에너지절약 표준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최근 우리정부가 녹색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본은 이미 30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다.

녹색성장을 향한 일본의 최근 행보는 더욱 우리를 긴장시키게 한다.

1993년부터는 선샤인 계획과 문라이트 계획을 통합한 '뉴선샤인 계획'을 도입, 2020년까지 1조5500억 엔을 대체에너지 기술과 에너지효율제고 기술에 투자하고 잇다.

특히 이미 오염된 환경을 재생시키는 기술 개발을 국제적으로 공동 연구하는데 9000억 엔, 온난화방지 기술개발(R&D)에 5000억엔 등이 투입된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수소에너지기술개발 프로젝트(World Energy Network, WE-NET)이다.

수소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2300억 엔의 정부예산이 투입된다.

이미 프로젝트의 결실도 맺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연료전지자동차를 시판하고 6개의 수소스테이션 시범 설치를 완료한 바 있다.

일본정부는 2020년까지  연료전지를 통해 1000만㎾의 가정용 및 건물용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후쿠다 전 일본 총리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시원한 지구 50(Cool Earth 50)' 추진구상을 제시한 것은 현재 일본이 녹색 기술 부분에 갖고 있는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을 2050년까지 현재 수준에서 반감하고, 모든 국가들이 포스트 쿄토체제에 참여할 것을 제의했다.

일본은 특히 교토의정서 목표달성을 위해 1인당 1일 1kg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범국민운동도 전개했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는 후쿠타비전의 목표달성을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해 온실 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녹색경제와 사회변혁'프로그램을 공표했다.

환경시장을 2006년 70조엔 규모에서 2020년까지 100조엔 규모로 성장시키고 고용창출은 같은 기간 14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수영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주요 녹색기술은 일본에 비해 50% 수준이며 특히 그린카 기술은 7년 이상 뒤쳐져 있다"며 "녹색기술개발을 위한 업계 참여 유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녹색성장

=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녹색성장시대의 도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5개국의 녹색경쟁력 지수는 일본이 1위, 우리나라가 11위, 중국이 14위이다.

중국이 가장 뒤쳐져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06년 '재생에너지법'제정 이후 중국 정부의 녹색성장 산업 관련 정책은 본격화됐다.

이는 중국 내부의 시장 특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산업 발전과 도시화 진전에 따라 향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수요와 전력수혜를 거의 받지 못하는 1000만명 이상의 농초지역 농민의 문제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전국토의 30%가 산성강우가 내리는 환경 조건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이루려는 중국정부의 목표도 '녹색성장'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선 중국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15%까지 확대키로 했다. 수력 300GW, 풍력 30GW, 태양광 1.8GW 등이 그것이다.

원자력의 발전비중도 현재 1.9%에서 2020년까지 5.0%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0년에 연 평균 GDP 성장률이 7.5%를 달성하면서도 오염물 배출총량과 GDP 단위당 에너지 소모율을 각각 10%, 2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생에너지법 제정 이후 중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는 물론 관련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화를 유도하기 위해, 풍력 발전의 경우 중국산 설비를 70% 이상 의무사용토록 요구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 기업의 소득세도 이익 발생 연도부터 3년까지는 면제하고 4~6년까지는 기존 소득세율의 절반인 12.5%로 징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의 이런 노력은 몇몇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풍부한 풍력자원을 바탕으로 최근 투자가 급속히 증가해 전체 풍력발전 용량 중 78%가 2006~2007년에 설치됐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중국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604㎾로 독일, 미국, 스페인 등에 이어 세계 5위로 부상했다.

중국정부는 풍력 발전을 2020년까지 총 3000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한 매년 약 50억t의 바이오자원이 생산되는 국가다. 중국정부는 2015년 이후 바이오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2020년까지 3000만㎾로 확충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협력사업인 청정개발체제(CDM)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세계의 공장'에 걸맞게 전세계의 주요 탄소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UN의 기후변화협약에 등록된 CDM 사업은 2009년 3월현재 1455개인데, 이 중 중국이 453개로 전체의 30%를 넘게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오바마 정부 등장으로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이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참여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의 하나인 중국의 참여 압력으로 작용해 CDM 사업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영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은 “중국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확대를 추진하며 풍력 원자력 태양광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들의 규모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진출하는 선단형 투자가 시너지 효과 창출에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일자리 창출의 '보고' 녹색 산업

녹색 산업이 중요한 것은 그 자체가 전세계적인 추세이며, 미래가 밝은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자리 창출 능력은 전통 제조업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7~8배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

성장을 해도 고용이 뒷바침되지 않아서 내수가 침체되는, 이른바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

대외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월드워치 연구소는 세계 신재생 에너지 분야 종사자가 현재 230만명 수준에서 2030년에는 2000만명으로 상회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도 지난 6일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계획을 세워 총 107조원의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

녹색금융 시장도 창출해 민간 부문의 자금이 녹색산업으로 쏠릴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바침을 하고 있다.
 
우리정부가 녹색성장으로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는 일자리 수는 2013년까지 14만300개, 2020년까지 32만7000여개에 이른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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