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 청와대 손으로...금감원·한은 일단 '신중'

2009-06-18 14:15

사실상 청와대가 한국은행법 개정안의 조율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한은법 개정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개정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위원회가 이에 대한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은법 개정안과 관련,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앞서 부처간 이견이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관계 기관들의 반응은 신중하다. 금융위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은 실무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큰 틀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4개 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실무자급 회담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추경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것은 현재 금융위, 금감원, 기재부, 한은 등 4개 기관의 회의와는 별개"라면서 "청와대는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 등 전체적인 큰 틀을 다룰 것이며 실무자급 회의는 이와는 별개로 세부 아이템에 대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문용채 금감원 기획조정국장도 "대통령 자문위원회격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진행하는 것은 전체적인 그림을 만지는 것"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실무자급 회의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역시 청와대의 행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광준 한은 부총재보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것은 환영"이라면서 "그러나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재보는 "현 단계에서 이와 관련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 "실무자급 회담에서는 법개정에 관한 것보다는 정보공유 MOU 확대 및 원활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4개 기관의 논의 이후 안을 조정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방향을 예상하기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류후규 한은 금융안정분석국장은 "청와대 개입과는 별개로 실무협의회는 계속 간다"면서 "청와대가 TF팀 구성해서 한은법 개정과 관련된 안을 만들어 낼 것이며 MOU관련해서는 실무선에서는 아직 의견 도출을 못 봤다"고 강조했다.

한은 측은 실무협의는 6월말까지 끝내려고 생각 중이지만 안 될 경우 그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은법은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제한적인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자체적인 기능과 중복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맡은 재정부는 한은은 물론 금융위와 금감원 어느 곳의 입장만을 반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4개 기관은 17일 부기관장급 회의를 열고 정보공유 확대와 공동검사 개선을 위한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금감원은 한국은행이 요청한 공동검사를 모두 수용키로 했으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데 합의했다.

4개 기관은 부기관장급 회의를 한번 더 갖고 월말께 차관급 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입장을 조율할 계획이다.

민태성, 김유경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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