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서거]"안타까운 마음 하루 지날수록 더해"

2009-05-28 19:46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에도 추모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 열기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이 상주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역광장 분향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분향소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출근길 회사원들은 잠시나마 발걸음을 멈추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도했다.

회사원 이정철(30)씨는 "서민의 입장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부동산 정책을 지지했다"며 "조위록에는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하늘에서 편히 쉬시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김영희(45)씨는 "노 전 대통령은 서민을 위해서 진정으로 정치를 하셨고 비주류임에도 쉽게 타협하지 않고 외롭게 투쟁하셨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29일 영결식이 끝나면 노 전 대통령을 영영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짓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내일이면 영원히 이별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들렀다"며 "안타깝고 서러운 마음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조문이 시작된 가운데 오전 9시 현재 739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가 마련된 뒤부터 집계된 조문객 수는 4만3191명이었다.

"내 몸의 반을 잃었다"고 탄식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날 서울역광장 분향소를 직접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용감하고 낙천적이고 굽힐 줄 모르던 그분이 서거한데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지금 죽었어도 죽은 게 아니다. 국민들은 '그런 시원한 남자는 처음'이라고 영원히 생각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시내 분향소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는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도 추모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덕수궁 분향소 상황실 측은 지금까지 70만 명 이상이 조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분향소를 시작으로 길게 늘어선 줄은 시립미술관을 지나 경향신문 건물을 거쳐 1km 넘게 이어졌다.

조문객 수만큼이나 많은 대자보와 추모리본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글귀 하나하나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이 묻어있었다.

지난 27일에는 시민추모제가 대한문 근처 정동로터리에서 열렸다. 시민들의 슬픈 마음은 분노와 서러움까지 가세했다. 정부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의 행사를 불허함에 따라 대한문 옆 좁은 길로 떠밀린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시민들을 막을 순 없었다. 밤 10시까지 다녀간 시민은 1만7000여 명에 달했다.

'제2의 촛불'을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대한문은 촛불로 일렁이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가 낭독됐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슬픈 눈길로 바라봤다.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시민들도 있었다. 돌담길에 붙여진 추모글이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위로하기라도 하듯 애처롭게 바람에 흔들렸다.

"떠나는 우리님 편히 가소서. 보내는 마음은 터질 듯 하오. 어야 디야 어여쁜 우리님. 가시는 먼먼 길에 흰 국화 만발해라. 어야 디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방긋 웃는 그 얼굴은 영 떠나 버리누나. 어야 디야. 꿈이더냐. 생시더냐. 청천하늘 벽력도 이게 무슨 말이더냐. 어야 디야. 어여쁜 우리님. 가시는 먼먼 길에 흰 국화 만발해라."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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