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고 비통"...전국서 조문행렬

2009-05-24 22:06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휴일인 24일에도 전국각지에서 조문객의 발길이 꼬리를 잇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마을회관 앞을 비롯,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전북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 부산 서면 옛 부산상고 장학회관 등에도 분향소가 마련돼 조문행렬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봉하마을 회관에는 23일 오후 정치인과 일반인의 조문이 시작된 뒤 24일 오전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1만5000여 명의 문상 행렬이 이어졌다.

경찰은 봉하마을 입구 3㎞ 앞 도로에서 차량을 전면 통제했지만, 조문객들은 30여분이나 걸어 분향소를 찾았다. 24일 오전 8시께부터 조문행렬이 2열 횡대로 100m나 늘어났다. 오전 10시 현재 1000여명이 빈소를 방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문객의 발길이 더욱 늘어나자, 유가족과 참여정부 참모진은 마을회관 앞의 좁은 분향소를 대신할 폭 10m정도의 대형 분향소를 설치해 이날 오후부터 이 분향소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정치인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희정 최고위원, 유시민 전 의원, 김근태 전 의원 등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민주당 당직자들은 차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일시 제지당했으나 조문을 마쳤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반 총장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승수 국무총리는 봉하마을 입구에서 노사모 회원들의 저지로 조문을 하지 못했다. 정동영 의원 부부도 노사모 회원 등이 '배신자'라며 조문을 막아 돌아갔으며 이회창 총재도 계란과 물병세례를 받아 되돌아갔다.

불교계의 추모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 등 300여명의 스님들은 분향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도 이날 오후 5시30분께 조문했다.

대표적인 지지자였던 영화배우 문성근과 명계남도 황급히 봉하마을 찾았다. 문성근은 장례진행을 맡았고, '노사모' 회장이었던 명계남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라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 단체장들도 애도를 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깊은 애도를 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애석하고 비통하다"고 슬픔을 표시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념적 성향에 관계없이 한 목소리로 애통해했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팀장은 "충격적이고 슬픈 날이다. 일부 잘못도 있겠지만 그가 민주화나 정치.사회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한 점을 기억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대 최용호 대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깊이 애도한다"며 추모했다.

서울 도심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단 시민 150여명이 이날 오전 10시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4명 단위로 분향과 헌화를 한 뒤 절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가 믿기지 않는 듯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일부는 분양을 마친 뒤 슬픔에 북받친 듯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김모(36)씨는 "그동안 많은 곡절을 겪으며 힘들었을 텐데 이제 편히 쉬시길 빈다"고 말했다.

시민 50~60여명은 분향소 주변을 전경버스로 둘러싼 경찰이 추모행사를 제지할 것에 대비해 23일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뜬 눈으로 분향소를 지키기도 했다.

경찰은 추모행사가 시위로 변질할 것을 우려, 전경 12개 중대 1000여 명을 현장 주변에 대기시켰으나 밤사이 마찰은 없었다. 경찰은 분향소가 설치된 23일 오후 5시부터 모두 4700여명의 시민이 조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북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에 차려놓은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고 고인의 모교인 개성고(옛 부산상고) 총동창회가 마련한 부산 서면 장학회관 분향소에도 동문들은 물론 부산시민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리는 촛불추모제도 계속됐다. 시민, 대학생, 시민단체 등 100여명이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옆에서 촛불추모제를 열었다.

추모 물결은 인터넷상에서도 이어져 네이버, 다음 등 각 포털사이트가 마련한 추모게시판에는 누리꾼 수십만 명의 추모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노 전 대통령측 유족들과 협의해 외빈 분향이 쉬운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과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서울역광장 등 2곳에 우선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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