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서거, 中 "남의 일 아니다"

2009-05-24 11:14


중국은 24일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아래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인 23일에는 사실 보도 위주로 시시각각 뉴스를 전했으나 24일부터 아예 특집을 마련하고 논평까지 실으며 이번 사건이 자국에 주는 교훈과 영향력을 심도있게 다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는 정경유착에 따른 고질적인 부정.부패 문제, 전직 대통령들이 잇따라 수모를 당하는 한국 정치의 비극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고, 중국 역시 지난 30여년간의 개혁.개방 결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부정부패, 전 지도부에 대한 평가 등 정치적 난제가 산적해 이번 사건이 '강건너 불'이 아니고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에도 닥칠 수있다는 위기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광저우(廣州)에 있는 중산대(中山大) 한국학 연구소 웨이즈장(魏志江) 부교수는 이 날짜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부패고리가 '청렴의 상징'이던 노 전 대통령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분석하고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웨이 부교수는 이어 한국의 정경유착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의 자본주의가 아직 불완전해 기업이 정부의 보호와 특권을 받으려는데서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가족식 기업은 놀라운 성장의 기적을 이룩했지만 부패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패는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라고 말해 중국도 이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또 평론가인 런웨(余人月)씨는 노 전 대통령의 짧은 생애가 탐관오리들의 낯두꺼운 행태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위씨는 인터넷 포털 홍망(紅網)에 올린 평론에서 "노 전 대통령의 이번 사건으로 수천만위안의 돈을 챙긴 탐관오리들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그의 혐의와 잘못을 탓하기 전에 먼저 그는 선량한 사람이었고 양심의 가책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견디기 힘든 순간에 스스로 생을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글의 마지막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박명(薄命)은 정치적 대응이 아니라 양심이 남아 있는 선량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이날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정치의 비극이라고 말하고 한국 정치는 민주화를 표방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언론매체를 통해 이번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사건 원인을 자세하게 분석하는 것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모순을 바로 잡아나가자는 각오로 보인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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