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1%가 세상을 움직인다

2009-05-24 16:41

   
 
마크 펜 버슨-마스텔라 CEO
압도적 다수를 추종하는 게 성공의 보증 수표는 아니다. 단 1%에 불과한 소수의 목소리가 때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마이크로트렌드'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마크 펜 버슨-마스텔러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로트렌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펜이 만들어 낸 신조어인 마이크로트렌드는 주류와 달리 반직관적인 사고를 하는 소수를 일컫는 용어로 '소수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그의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트렌드가 선거나 사회운동,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선거 캠프에서 펜의 활약상은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돌풍을 일으켰고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수상의 선거 캠프에서 활약하며 '소수가 세상을 움직인다'는 그의 이론에 대한 공감대를 넓혔다.

펜이 정의하는 마이크로트렌드는 기존의 사회적 통념을 변화시키며 계속 성장하길 바라는 열정적인 소수 집단을 지칭한다. 그는 마이크로트렌드가 미국 전체 인구의 1% 가량인 300만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강렬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기업가나 정치인, 선거 전문가들이 세상을 움직이길 원한다면 마이크로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조언이다.

펜은 마이크로트렌드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세상을 뒤엎을 만큼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에서 최고 인기 차종의 연간 판매량은 40만대에 불과하다. 또 20만~30만권의 책만 팔아도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그렇다면 300만명의 열성적인 소수 집단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기부금을 내면 어떻게 될까.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인구 대국의 인구 단 1%에게 물건을 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초대형 시장의 1%를 점유한다는 건 엄청난 기회를 얻는 것이다.

펜은 예로부터 남성 위주로 돌아가던 미국 정치 판도에도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지난 1996년 클린턴 대통령 재선 캠프에 참여해 '사커맘(Soccer Moms)'이라는 신조어를 발굴했다. 사커맘은 직접 축구장에 따라다니며 아이의 적성과 장래에 깊숙히 관여할 만큼 교육열이 강한 미국의 중산층 어머니를 뜻한다. 클린턴은 백인 중산층 주부들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그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친 것이 큰 호응을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마이크로트렌드에 집중한 결과다.

최근 미국에서는 변호사와 전문가 등 고학력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갑작스런 해고로 정상 궤도를 다시 찾을 명확한 계획도 없이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 그만큼 미국의 사회 안전망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펜은 지금이 마이크로트렌드의 파워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펜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세계 최대 홍보기업 버슨-마스텔러에도 마이크로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며 소수에 불과하던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거나 정치 및 경제적 자유가 늘면서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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