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웃소싱업계는 '연애 중'"

2009-04-27 17:12
"직장 만족감·소속감 높여"…기업들 적극 권장

사내 연애는 약일까 독일까. 기업들은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사내 연애를 금기시하는 게 보통이다. 일부 기업들은 무관심 전략을 취하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은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살피느라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인도 아웃소싱업계의 사정은 다르다. 오히려 기업에서 사내 연애를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사내 연애가 직장에 대한 만족도와 소속감을 높여 생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FT)는 26일(현지시간) 인도 경제의 버팀목인 아웃소싱업계에 부는 사내 연애 바람이 새로운 기업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리크루팅 기업 몬스터월드와이드의 자회사 몬스터인디아닷컴에 따르면 인도 아웃소싱 기업 직원 1만2191명 중 58%가 사내 연애 중이거나 사내 연애가 문제될 게 없다고 답했다. 인도의 대표적인 경영대학원 인도비즈니스스쿨(ISB)은 아웃소싱업계에 사내 연애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사내 연애를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SB는 사내 연애가 조직 내의 마찰을 줄이고 직원들의 소속감과 만족도를 높여 생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아예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추천한 사람을 채용하는 '추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추천을 통해 채용된 직원과 추천자가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것을 문제삼지 않고 있다고 ISB는 설명했다.

프랜시스코 드수자 코그니전트테크놀로지솔루션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접적인 보고 라인에 있는 직원들 사이의 사내 연애를 금하고 있을 뿐"이라며 "회사 내에 부부 직원이 많은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웃소싱업계에 유독 사내 커플이 많은 것은 업계에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 아웃소싱산업의 전망이 밝은 만큼 인도 각지의 젊은이들은 저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뱅갈로르나 뭄바이 등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인도 아웃소싱산업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연간 400억 달러가 넘는다.

인도 3위 아웃소싱 기업인 와이프로의 프라틱 쿠마르 인사 부문 부사장은 "인도 아웃소싱업계 종사자 가운데 80%가 25살 미만"이라며 "젊은이들이 함께 일하다 보면 연애 감정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와이프로는 심지어 직원들이 배우자를 찾을 수 있는 사내 결혼 정보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사내 연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문화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연인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한명을 상대로 여러명이 구애하며 직원들간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와이프로는 사내 연애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ISB는 사내 연애가 자칫 성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법률은 여성들을 사내 성추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업이 성추행 신고를 접수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ISB가 조사한 인도 직장인 3분의 1은 기업들이 이를 운영하고 있지 않거나 이 제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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