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두번 울리는 은행들

2009-04-27 09:09

은행권이 서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데다 은행들이 부자 고객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서민들의 금융생활은 여전히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서민을 도외시하고 '부자 마케팅'에 무게를 두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유입됐던 자금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자금의 유입을 즐겼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예금 이탈이 눈에 띄고 있는 가운데 부자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들의 항변이다.

은행들이 부자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거액 예금 금리는 상승하고 있지만 소액 예금자에 대한 차별이 확대되고 있고 나아가 서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점포마저 축소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은 올해 60여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 영업점 확대에 주력하다보니 일반 영업점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정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104개 점포를 인근 점포와 통합했고 우리은행도 연내 30여개 지점을 통폐합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PB영업점의 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1~2년 안에 PB영업점을 100여개 확대할 계획이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PB고객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아예 '웰스매니지먼트(VM)그룹'으로 개편하는 등 부자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민 고객 차별 현상은 외국계 은행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HSBC는 최근 '다이렉트저축예금' 예치액 5000만원 이상에 대한 적용 금리를 기존 연 1.6%에서 연 2.0%로 올렸지만 4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연 1.4%에서 1.0%로 0.4%포인트 끌어 내렸다.

HSBC는 다이렉트 카드로 타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찾을 때 내는 수수료도 기존 6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SC제일은행 역시 '마이드림통장' 예치금 500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2.5%의 이자를 지급하지만 10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0.1%의 이자를 주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우량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 4.71~5.1%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는 4.93~5.35%인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 역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금리가 4.55~4.75%로 주택담보대출보다 낮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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