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임금' 어떤 요구할까
2009-04-23 17:23
북한이 지난 2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자간 접촉에서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현실화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북측이 향후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21일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기업에 부여했던 제도적 특혜를 재검토함과 동시에 공업지구 북측 노동자들의 노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23일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최저임금은 55.125달러로, 이는 2003년 9월 채택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 따라 최초 50달러로 상정된 월 최저임금이 2007년 8월과 2008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연 인상한도인 5%씩 증가한 액수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은 기본급인 월최저임금 외에도 규정된 시간 외 근무에 따른 수당인 가급금 10달러 안팎, 사회보험료, 상금, 장려금 등으로 구성돼 통상 한 달에 70∼75달러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월최저임금과 실질임금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제특구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북한은 월최저임금과 연간 인상한도를 50달러와 5%로 각각 규정하고 있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기본급과 인상한도를 대폭 상향 조정한다는 기조 아래 대남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지난 21일 개성접촉에서 남측에 전달한 통지문에서 "남측기업들은 개성공업지구에서 한 해에 수 억 달러의 이익을 얻고 있지만 우리는 근 4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기껏 3천만 달러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숙련도나 연차에 따라 임금체계를 구분,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월최저임금을 넘는 수준에서 숙련도나 근무연한에 관계 없이 개별기업의 재량에 따른 임금 지급으로 인해 일부 북측 숙련공들이 충분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개성공단에는 호봉제와 같은 개념이 없다"면서 "그것이 개성공단 임금의 장점"이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북한은 과거 남측과 임금협상에서 숙련도에 따른 기본급의 차등 지급과 급간 임금차의 확대를 요구한 전력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2004년 임금협상 당시 북측은 숙련공과 비숙련공 등 숙련도의 차이에 따른 임금체계를 되도록 다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임금차를 가능한 한 크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면서 "이는 되도록 많은 임금을 받아내기 위한 요구였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숙련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기본급을 2달러씩 차등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북측 근로자들의 노동보수지불원칙을 입주기업들의 '노동규칙'에 반영하도록 규정한 개성공업지구 노동보수세칙을 통보한 것도 임금체계 구분을 개별 기업의 사내 규칙으로나마 제도화하려는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사회보호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지만 임금을 연차나 숙련도에 따라 어떻게 지급할지는 개별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둘러싸고 향후 전개될 남북의 협의가 주목된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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