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정지된 ‘환자국회’, “체면이 말이 아냐”
2009-04-23 14:38
‘법안전쟁’ ‘박연차게이트’ ‘재보선다툼’ 3苦로 민심 싸늘
4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나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 위신은 갈수록 땅에 떨어질 전망이다.
당리당략에 따른 법안전쟁, ‘박연차게이트’에 따라 드러나는 정치권 비리, 집안·감정다툼으로 얼룩진 재보선 등 ‘3중고’에 국민들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22일 “재보선 지원을 하면서 느꼈지만 당장 국민들은 정치보단 내일 어떤 일용직을 나갈지 여부가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22일 외통위에 상정된 한미FTA비준안을 강제로 통과시켰다. 이달 초에는 쟁점법안 중 하나였던 주공ㆍ토공 통합법을 강행처리했다.
민주당도 응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법사위(위원장 민주당 유선호 의원)에서 ‘게이트 키핑’ 전략으로 금융지주회사법 등 여야 이견 차가 큰 5개 쟁점법안 처리를 늦추고 있다.
비단 여야뿐만 아니다. 4대보험 통합징수를 내용으로 하는 건강보험법을 두고 지난 주까지 재정위-보건복지위가 상임위 간 ‘밥그릇싸움’을 벌여 왔다.
양도세 완화 방침이나 비정규직법 등 민생과 직결되는 현안의 경우 여당 내에서조차 엇박자가 불거져 현재도 처리전망이 불투명하다.
4·29재보선 준비에 한창인 여야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냉담 그 자체다.
말 그대로 재보궐 선거에 불과하지만 전·현 정부, 여야에 대한 중간평가 성향이 짙다 보니 본질을 잃은 채 지나치게 과열된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 대납 의혹’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고소·고발전 등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우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감정싸움도 모자라 전 당 대선후보였던 전주 덕진 정동영(무소속) 후보 견제 등 ‘집안싸움’에도 여념이 없다.
선거 최대 접전지역인 인천 부평 현안인 GM대우 회생은 무제한적 지원과 법제화 등 ‘앞서간’ 공약들이 눈에 띈다.
앞서 박찬희 중앙대 교수는 “여야가 국익에 대한 담보 장치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원칙에 안 맞는다”며 “GM 미국 본사의 파산 여부를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연차게이트’ 또한 이번에 정치권 위신을 크게 떨어뜨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박연차 회장에 건네받은 600만 달러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조사가 임박했다.
벌써 이광재 의원 등 현직 민주당 핵심의원까지 구속된 상태다.
현 여권 수뇌부에 대한 대대적인 로비설도 떠도는 상황이다.
이에 사정당국의 칼끝은 한나라당도 겨냥하고 있다. 이미 정상문 전 청와대비서관이 구속된 가운데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 박진, 권경석 의원, 등도 소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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