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구조조정시장 진출 '몸풀기'
2009-04-13 14:00
증권업계가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몸 풀기에 들어갔다.
13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번 주 회의를 열고 기업구조조정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병주 금투협 증권본부장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신용보강이나 자금지원이 아닌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 방안이 있는지 아이디어를 모을 계획이다. 자금 유치가 쉬운 사모투자전문회사(PEF)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다"고 말했다.
통상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위기 발생 이후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안정을 목적으로 금융기관을 지원하거나 부실채권을 정리해주는 것에 한정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금융기관별 이해관계가 달라서 합의도출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시장 주도 방식은 PEF와 투자은행, 금융투자회사(IB)가 나서 살아날 만한 기업을 선별해 자금공급 방법을 디자인한 다음 연기금과 은행, 대학기금, 개인자산가 등에서 자금을 모아 구조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진 위원장은 "산업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투자회사들이 자본시장에서 외환위기 때처럼 유동화증권이나 벌처펀드 등을 통해 부실자산과 기업의 정상화 과정에 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
PEF와 메자닌펀드 활용 시나리오는 자본시장연구원이 14일 금투협에서 여는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에서 증권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는 참석 가능인원의 2배인 600여명이 참가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 때 자금조달이 가장 용이한 PEF나 ABS와 관련한 규제의 벽은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불만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빈기범 금투협 자본시장실장은 "기업구조조정 시 활용할 수 있는 PEF의 유형에는 차입에 의한 기업인수(LBO), 벤처캐피털, 메자닌펀드, 부실채권펀드 등이 있는데 자본시장법 등은 제한적으로만 PEF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설립이 가능한 것은 LBO펀드 뿐인데, 이마저도 레버리지에 제한이 있다고 빈 실장은 지적했다. 따라서 PEF가 벤처캐피털에 투자하려고 해도 경영권 획득을 전제로 해야 하며 부실채권 펀드도 반드시 경영권을 인수해야 하는 만큼 채권투자가 유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개의 층 사이'를 뜻하며 주로 주식과 채권 사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는 메자닌(Mezzanine)펀드도 설립이 안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경영권 획득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게 걸림돌이다.
빈 실장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PEF 규제를 거의 안 한다. 국내에 근거를 둔 국내 PEF는 자본시장법상 여러 규제를 받아야 하지만 미국이나 외국의 PEF는 이 모든 제약을 비켜갈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은행들이 외국계 PEF에 넘어갔던 것은 국내 규제가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금투협 최용구 증권지원부장도 "ABS를 활용한 기업구조조정을 시도한 사례를 봤는데, 관련 법령이 여러 가지 꼬여 있어 각 법령의 규제를 지키려다 보니 상품 하나를 만드는데 1년 넘게 걸린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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