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현금확보 안간힘…전쟁 수준
2009-03-29 08:37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증시에서 자금조달이 힘들어지자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는 물론 주식 매입 권리가 주어지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현금조달에 나서는 한편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자사주까지 내다팔고 있다.
특히 증시 부진에 손실을 무릅쓰고 자사주를 내다파는 것은 현금확보의 절박성이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준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29일 "회사채나 BW를 발행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우량 기업들로, 당장 경영난이나 자금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될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당장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현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발표된 유가증권시장내 시가총액 상위 30대 대기업(금융회사와 공공적 성격의 기업 등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가 작년 말 현재 40조1천981억원으로 작년 3분기 말의 42조3천683억원보다는 5.1% 줄었다.
◇ 회사채 발행 급증…올들어 이미 25조 넘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발행일 기준(3월은 발행 계획 합계)으로 25조7천91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작년 1분기에 모두 14조6천453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발행된 데 비하면 76.1%가 늘어난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경색됐던 회사채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풀리고 있다"며 "1월과 2월엔 A 급 우량 회사채만 발행이 가능했으나 3월 들어서는 그동안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던 BBB급까지 발행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회사채 발행은 설비투자보다는 현금확보차원으로 이해된다"며 "현재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고 금융권 내부문제로 대출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회사채 시장이 유일한 자금조달 루트가 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BW 발행도 봇물…자사주까지 처분
최근 코오롱(400억원)과 기아차(4천억원)가 BW 발행에 성공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6일 1천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무난하게 끝내는 등 BW가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따라서 사채권자는 일반 사채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이자를 받으면서 만기에 사채금액을 상환받을 수도 있는 동시에 주식시가가 발행가액보다 높으면 회사 측에 신주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 외에도 이달에만 이수화학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할 계획이고, 에스씨디(35억원), 경윤에코에너지(150억원), 유진로봇(21억원), 가비아(40억원) 등도 BW 발행계획을 공시했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도 부쩍 눈에 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사주를 처분한 상장법인은 17개사로, 작년 같은 기간의 14개사보다 21.4% 늘어났고, 처분금액도 4천699억원으로 작년의 1천104억원에서 325.5% 급증했다.
이에 비해 자사주를 취득한 회사는 12개사, 처분금액은 35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71.4%, 97.4% 급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임직원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처분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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