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 관련 지표가 잇달아 호전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 주택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은 24일(현지시간) 지난 1월 미국의 주택가격이 일년 전에 비해 6.3% 하락했다고 밝혔다. 낙폭으로는 5개월만에 최저치로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1.7% 가격이 올랐다. 주택가격이 월간 기준으로 오르기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도 전날 지난달 기존 주택판매 실적이 472만채(연율)를 기록해 전달보다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처럼 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데 대해 시장에서는 미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더디지만 약발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주택차압을 방지하기 위해 27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8000 달러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지난주 1조 달러어치의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매입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했다.
차압주택이 쏟아지면서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수요도 주택경기 회복을 돕고 있다. 실제 지난달 거래된 기존 주택의 평균가격은 16만5400 달러로 1년전 19만5800 달러에 비해 15.5%나 하락했다. 주택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 2006년에 비해서는 무려 30%나 빠진 가격이다.
미 부동산 정보지인 인사이드모기지파이낸스의 가이 세칼라 편집장은 "과거 75만 달러를 호가하던 주택가격이 3분의 1이나 줄어 25만 달러에 팔리고 있다"며 "싼 매물이 넘쳐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다시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다르다 MKM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기존 주택뿐 아니라 신규 주택시장에서도 바닥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 하락의 주범인 주택차압이 이어지고 있고 재고 물량도 많아 아직은 바닥여부를 점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우세하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지난달 북동부 주택가격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평균 4.8% 하락하는 데 그쳐 주택판매가 15% 줄었고 서부지역은 가격이 30% 내리면서 판매가 30% 증가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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