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프로젝트사업 곳곳서 '삐그덕'
대규모 건설사업이 곳곳에서 삐끄덕거리고 있다. 특히 대형 공모사업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자금조달이 안돼 사업추진이 지지부진 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또 건설업체들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당초 추진했거나 참여키로 했던 대형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청라지구에 들어설 예정이던 77층짜리 월드트레이드센터(WTC) 쌍둥이빌딩 건립 사업이 무산됐다.
한국토지공사는 WTC청라 컨소시엄과 임대계획 등 구체적인 사업 조건에 대해 협의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의종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무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조달할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공 측은 재입찰을 통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토해양부 경제자유구역 기획단 관계자는 "현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다"며 "최대한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도 "토공과 함께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러나 요즘 상황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와 대한주택공사가 추진 중인 인천 서구 가정동 도시재생사업인 루원시티도 민간 사업자를 찾기 위한 공모가 지연되고 있다. 워낙 대형 사업이다보니 투자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루원시티는 원주민 보상 문제도 미해결로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루원시티의 원주민 보상은 83%정도 완료됐다. 지난해 6월 인천시가 루원시티 지구내 저소득층 무주택가구(5614명)에 대한 이주비 및 임대아파트 임대료 일부 지원 등을 담은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 했으나 형평성 논란으로 취소된 적이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경제 위기와 원주민 보상 문제 등으로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자간 갈등으로 지연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인천대 송도캠퍼스 및 도화신도시 조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SK컨소시엄의 경우 2006년 계약 당시 금액보다 공사비를 1000억원 가량 증액했다. 하지만 인천대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대측이 2006년 최초 계약 당시의 설계안을 변경해 올해 새로 계약이 이루어 졌다"며 "건물 배치도도 변경이 많이 되고 단가도 2009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 상반기 한류우드 2구역 사업 제안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수행하고도 내부 투자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재무 파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 제안을 포기한 것이다.
SK건설도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PF사업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키로 하고 공동작업을 진행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발을 뺐다.
롯데건설은 부산 문현 혁신도시 PF사업을 오랫동안 준비했으나 최근 재무파트에서 참여를 반대하고 있어 내부 투자심의 통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건설과 롯데건설은 그동안 수주한 PF사업 전반에 걸친 수익성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PF 사업 시작할때부터 사업성 검토를 철저히 하지만 여러 단계의 리스크검토위원회를 거치면서 충분한 사업성 검토를 통과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저마다 자산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PF 사업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며 "요즘은 자금 마련이 어려워 신규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기존 사업에 집중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영은·유희석 기자 kye30901@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