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화장품이 '효자'
백화점의 전통적인 효자상품인 화장품이 불황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고환율로 여행객들의 면세점 이용이 줄면서 백화점 화장품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
15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신장했다. 이는 명품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백화점 1층에 있는 화장품 매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대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 실적은 이전에 비해 나빠졌음에도 마치 백화점이 여전히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곤 한다. 이는 썰렁한 분위기에도 고객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 지갑을 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화장품 1층 불변의 법칙'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백화점이 생긴 이래 현재까지 거의 변함없이 화장품이 1층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화장품의 고객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식품 매장을 제외하면 백화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여성캐주얼 다음으로 고객 수가 많다. 고객 수가 많은 만큼 가장 오기 편한 1층에 배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화장품 브랜드당 차지하는 면적도 평균 6~7평 규모로 10평 이상 차지하는 영캐주얼 브랜드의 절반 수준임에도 월평균 매출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우가 많다. 고객이 가장 붐비는 1층 매장을 운영하는 데 화장품만큼 영업효율이 높은 상품도 없다는 얘기다.
또 화장품 매장은 의류매장보다 간소하게 꾸밀 수 있고 집기도 의류매장에 비해 낮게 설치할 수 있어 고객들의 시선을 막지 않는다.
고객이 1층 정문을 통해 백화점에 들어왔을 때 시선을 탁 트이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 백화점 매출의 60%가량을 담당하는 여성고객을 20대부터 60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끌어들일 수 있는 제품군도 화장품이 유일하다.
게다가 화장품의 향기가 후각적으로도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이밖에 구매주기가 의류에 비해 짧아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행사소식 등을 자주 보낼 수 있고, 화장품 브랜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마일리지 적립 효과도 있어 상권 내 고객을 단골로 고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여성의 계절 봄을 맞아 백화점들은 효자상품 화장품을 내세워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9일 전 점포에서 '화장품 페어(Fair)'를 진행한다.
SK-2, 겔랑, 디올, 비오템, 에스티로더, 랑콤 등 주요 화장품 브랜드와 공동으로 기획한 세트상품들을 현대백화점 단독으로 판매한다.
점포별 300평 규모의 이벤트 홀에선 봄철 피부 관리 강좌, 메이크업 서비스, 두피 및 네일케어 서비스, 샘플체험관 등 무료 체험 서비스도 진행한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